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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India Articles

12. 인도에서 마지막을 함께한 이들 ‘인연은 참 묘한 것’이란 점을 여행하며 실감하고 있다. 서로 생판 모르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왔지만, 한날 한시 한곳에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된다. 각자 지나 온 여행지 정보를 나누고, 경험담을 교환하다 보면 어느새 절친한 사이가 된다. 그리고 작별할 땐 서로 아쉬움만 가득하다. ◆바르칼라에서의 특별한 인연 사람마다 여행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우리의 경우 주로 한 곳에 지긋이 눌러 앉았다 떠나다 보니 아무래도 여행객들과 친구가 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바르칼라(Varkala)에서 만난 친구들은 좀 특별했다. 영국 출신으로 호주를 주무대로 살고 있는 스카이 다이버 마이크(Mike), 남인도에서 장기간 머물며 요가를 배우고 있는 미국인 발뎃(Valdet), 인도를 시작으로 아시아 유랑 중인 네덜란드.. 더보기
11. 아, 남국의 아라비아해(海) ,달랐다. 역시! 넘실대는 파도, 반짝이는 햇살, 더위를 식히는 해풍…. 광대한 인도 아대륙의 다양성을 대변하듯, 남(南)인도의 해변 풍경은 앞서의 인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친 우리를 맞이했다. ◆바다를 찾아 떠난 남행 2박 3일 대 8시간. 목적지 코발람(Kovalam)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케랄라(Kerala) 주 남쪽에 위치한 휴양지로 직선 거리로만 2천㎞가 넘는 곳. 그러다 보니 열차냐 비행기냐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 비자 만료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우리는 경비보다는 시간을 아끼는 선택을 했다. 트리반드룸(Trivandrum) 공항에 내려 오토릭샤를 타고 코발람까지 가는 길. 끊임없이 들어선 코코넛 나무의 이국적 풍취에다 멀리서 풍기는 바다 내음에 기분까지 신선했다. “와~”... 더보기
10. 댐즐과의 작별 인사 언제부터인지 무엇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댐즐’(오토릭샤 이름)을 지나치는 차량이 증가했다. 화물차도 점점 많아졌다. 도로가 넓어졌고, 차들은 이를 만끽이나 하듯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다. 그리고 잠깐 새 풍겨 오는 악취. 오직 댐즐을 등록시켜 보겠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전혀 탐탁지 않은 델리까지의 여정이었다. ◆‘고생 끝에 낙’은 없었다 델리 시내 주행도 만만치 않았다. 틈만 있으면 오토릭샤(이하 ‘릭샤’)와 오토바이가 끼어들었다. 상세지도를 틈틈이 참고하며 길을 찾았건만 전혀 엉뚱한 시점에 나타나는 샛길들에는 대책이 없다. 그런데 도로 안내판도 제대로 없다. 때문에 차를 돌리기도 수십 번이었다. 그러나 이미 900여 ㎞를 달리며 쌓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 덕에 쫄지 않고 운전을 계속했다는 거. 리.. 더보기
9. 아, 멀고도 험한 릭샤 등록의 길 (지금 살펴보니 9회분을 안 올렸군요. 이제야 올립니다) “만디(Mandi)에서는 불가능하니 쉼라(Shimla)로 가라.” “쉼라에서는 안 되니 델리(Delhi)에서 알아보라.” ‘민원 뺑뺑이’.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의 오토릭샤 ‘댐즐(Damsel)’을 등록하기 위한 과정이 꼭 이랬다. 여기서 묻고 저기서 알아본 뒤 델리의 최상급 부서까지 연락이 닿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인도 북부의 광활한 땅을 달리며 온갖 수단을 강구해 봤지만 굳게 닫힌 인도 정부의 철문은 열리지 않았다. ◆인도의 도로에 오르다 이런 조짐은 아예 첫 단계부터 시작이 됐다. 오토릭샤(이하 ‘릭샤’)를 구입한 만디의 자동차등록사무소(RTO)에 갔더니 “외국인 여행객은 등록할 수 없다”고 했다. 등록에 필요한 거주지 주소가 없기 때문.. 더보기
8. 오토릭샤 찾아 삼만리 “오토릭샤(Autorickshaw)를 사서 타고 다니자.” 우리의 인도 여행 2단계는 이렇게 엉뚱한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폭우가 미친 듯이 쏟아진 어느 날 밤. 평소 잘 안 타던 릭샤를 타고 귀가했는데 리아가 갑자기 이런 제안을 했다. ‘릭샤를 타고 인도 전역을 돌면서 자신은 차체에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매우 특이한 경험이다 싶어 “그러자”고 답변을 했다. ◆릭샤 찾아 새로 시작한 여정 먼저, ‘어디서 살 수 있는지’를 수소문했다. 릭샤 기사에게 물으니 ‘만디(Mandi. 힌두어로 ‘시장’을 뜻한다)로 가라’고 했다. 다행이 맥클러드 간즈에서 하루 만에도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인터넷도 뒤졌다. 긍정적인 정보가 있었다. 남인도 첸나이(Chennai)에서 외국인들이 참가하는 오토릭샤 경주가 .. 더보기
7. 인도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인도를 여행한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질렸다. 다시는 안 간다’ 혹은 ‘반했다. 꼭 다시 찾겠다’ 중의 하나이다. 중간을 찾아보기 힘든 ‘극과 극’의 결과인데, 그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2억 인구 대국에 별의 별 인간 군상이 있을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나미 떨어지는 속임수`성희롱 인도인은 속임수의 달인이다. 인도에 도착하는 순간 릭샤 왈라(우리말로 치자면 ‘기사’ 정도)는 요금을 속이려 든다. 숙소 주인도 방값을 일단 비싸게 불러본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흥정을 감안해 가격을 제시한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한다. 인도인들조차도 “다른 인도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해볼.. 더보기
6. 살짝 엿본 인도의 사회상 (한 동안 소식이 뜸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글을 정리하지 못했네요. 지송) 여행의 묘미라면 무엇보다 그 지역의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도처럼 알려진 것보다 실제로 더 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그 재미는 배가된다. 맥클러드 간즈(맥간)에서 약 7주간의 생활은 인도의 독특한 면모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넥스트 타임” 그리고 “인디안 프라이스” 맥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넥스트 타임(Next time)”이다. 여러 상황에서 쓰이지만 가장 의아했던 것이 거스름돈을 받을 때였다. 식당이나 슈퍼에서 2, 3루피를 거슬러 주면서 동전이 없을 때 이 말은 ‘다음에 생각나면 계산하라’는 의미이다. 5루피를 반내림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동전이.. 더보기
5. 깨끗한 자연, 그러나 보존이 문제 (오늘 정리 좀 하다 보니, 5회분을 게재 안 했네요. 늦었지만 이제 올립니다) 산간 지역인만큼 맥간이나 박수에는 자연이 살아 있다. 눈부신 히말라야의 설경, 올챙이와 반딧불이가 노니는 냇가, 뜨거운 햇살 아래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소나무 등. 맥간·박수에서의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모습 때문에 문제점도 생겨난다. 바로 쓰레기와 용수 문제이다. ◆경치에 취하고 자연에 동하고 박수와 맥간에서 이따금씩 목격하는 산경(山景)은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몬순 기간에 내리는 폭우가 멎으면 눈부신 햇살 사이로 멀리 드러나는 다울라다르 산맥의 설경은 말이 필요 없었다. 석양빛을 머금었다면 그 감동은 배가! 이런 날이면 식당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건물 옥상에 위치한 식당마다 자리가 .. 더보기
4. 전통을 지키며 사는 티베트인 맥클러드 간즈나 다람살라 등 인도에 거주하는 티베트인들은 인도의 문화, 언어, 인종 다양성에 힘을 보탠다. 특히 달라이 라마를 정점으로 하는 티베트 불교와 관련, 아주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지금은 중국 땅이 돼 버린 ‘두고 온 땅’ 티베트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기에 맥간을 ‘작은 라사(티베트의 수도, 현재는 중국령 시짱 자치구의 성도)라고도 한다. ◆생활 곳곳에 스며든 티베트 불교 티베트인들에게 불교는 생활 종교이다. 그래서 이들이 사는 곳 어디를 가나 불교와 관련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오색(五色)으로 된 기도 깃발. 티베트어로 '룽타' 또는 '다르쵸'라고 하는 것으로 불교 경전 문구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삶과 운, 건강과 부 .. 더보기
3. 인도의 별천지에서 노닐다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맥간(맥클러드 간즈)에 일단 도착하고 나니 맘이 편했다. 어깨의 무거운 짐도 내려놓았다. ‘일단 더위부터 피하고 보자’는 목적 달성도 했다. 한국에서의 복잡한 삶은 한 동안 끝, 이제 현실의 부담감을 훌훌 벗어던진 유목민으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장장 6주가 넘는 ‘인도 아닌 인도’ 맥간에서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숙소 찾아 새로운 마을로 사실, 맥간살이의 시작은 일단 ‘실패’였다. 계획대로라면 우리의 숙소는 ZKL이라는 티베트 사원에 딸린 게스트하우스. 맥간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조용한데다 가격도 싼 편이라 외국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그러나 지친 몸을 이끌고 한참을 걸어 도착하니 ‘만원’이었다. 우리처럼 인도 남부의 더위를 피하려는 배낭여행객들이 몰리는 시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