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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India Articles

6. 살짝 엿본 인도의 사회상


(한 동안 소식이 뜸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글을 정리하지 못했네요. 지송)

여행의 묘미라면 무엇보다 그 지역의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도처럼 알려진 것보다 실제로 더 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그 재미는 배가된다. 맥클러드 간즈(맥간)에서 약 7주간의 생활은 인도의 독특한 면모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넥스트 타임” 그리고 “인디안 프라이스”

맥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넥스트 타임(Next time)”이다. 여러 상황에서 쓰이지만 가장 의아했던 것이 거스름돈을 받을 때였다. 식당이나 슈퍼에서 2, 3루피를 거슬러 주면서 동전이 없을 때 이 말은 ‘다음에 생각나면 계산하라’는 의미이다. 5루피를 반내림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동전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았다. 부족한 잔돈을 대신 사탕(1개당 1루피)으로 계산하는 것도 신기했다.

영화를 볼 때도 “다음에”란 말이 적용됐다. 하루는 낡은 비디오방 같은 곳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전기가 나가 버렸다. 결말까지 한 20분 남겨둔 상태. 한참을 기다려도 복구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인은 “내일 12시에 와서 나머지를 보라”고 말했다.

여행객들도 자주 “넥스트 타임”을 외친다. 지나칠 때마다 “구경이나 한 번 하라”며 성가시게 하는 업주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그런데 한 번은 내가 “넥스트 타임”이라고 하자 “다음은 없다”며 “이번(This time)에 보는 것이 좋다”고 응대해 한참을 웃었던 적이 있다.

“인디안 프라이스(Indian price)”라는 말도 자주 쓰는데 배경이 조금 씁쓸하다. 인도에서는 인도인과 외국인 여행객에게 요금을 다르게 부과하는 2중 체계이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말이다. 싸이클이나 오토릭샤 기사들은 보통 인도인 요금의 2배를 부른다. 맥간에서는 공중화장실 요금도 외국인은 더 비싸게 받는 경우도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럴 때 흥정에 들어가면서 보통 하는 말이 “인도인 요금으로 해달라”이다. 이에 능한 사람이야 바가지 요금을 쑥쑥 깎아 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그나마 경쟁이 치열한 관광지에서는 상인들이 알아서 “인디안 프라이스”를 외치며 조금은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바가지 요금의 사례는 인도인을 믿지 못하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인데, 소포 발송 과정을 보면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인도에서 소포 포장에는 테이프가 아니라 실이 사용된다. 포장 업소에 가면 내용물을 천으로 싼 뒤 재봉질을 해준다. 그리고는 빨간색 촛농을 녹인 뒤 포장 위로 낙인을 수차례 찍어준다. 어찌나 꼼꼼하게 포장을 하는지 받는 사람들은 ‘포장을 뜯는 데만 수십분’이라며 불평을 하기 일쑤다.

이는 소포 발송 과정에서 분실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인도 우체국은 중간에 내용물이 사라지기로 악명이 높다. 한 여행객은 소포 내용물 중에 디지털 카메라만 사라지고 나머지 물건만 받은 경우도 있다. 리아가 한국의 친구에게 보낸 귀고리도 분실된 적도 있다. 우표를 떼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참 씁쓸하기만 하다.

- 인도에서의 소포 포장. 내용물 분실을 막기 위해 재봉질로 중무장을 한다.


 

◆상점에서 엿본 인도의 사회상

인도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는 여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맥간이나 박수, 만디 등 히마찰 프라데시 주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델리 같은 대도시나 남인도에서는 조금 다르다) 옷가게에서 옷을 파는 것은 물론 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서빙을 하는 것도 모두 남자들의 몫이었다. 아직은 기혼 여성의 역할을 가정주부로 한정하는 인도의 사회 분위기 때문인 듯했다. 티베트인 가게에서는 여자들을 많이 볼 수 있어 매우 대조적이었다.

- 맥클러드 간즈의 거리에는 많은 가게가 있지만 인도인 여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 맥클러드 간즈 우체국 앞 노점상. 맥간의 인도인 가게에서는 좀처럼 여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티베트인 가게에 달라이 라마 사진이 걸려있는 것처럼 인도인 가게에는 시바나 가네샤 등 힌두신의 사진이나 조형물이 걸려 있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부적인 셈인데, 언제 어디서나 힌두 사원을 찾아 기도하는 인도인들의 문화가 반영된 관습이다. 특히, 코끼리 머리의 가네샤는 사업의 번영을 상징하기에 어느 업소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주의 부모 영정 사진을 걸어놓는 경우도 있다.

- 산 중턱에 자리한 카페 외부에 있는 힌두교 신과 성인의 그림 장식.


- 인도인에게 힌두교는 생활종교인 탓에 이처럼 작은 신전도 곳곳에 자리해 있다.


심야 영업이 없다는 점도 인도의 특징이다. 맥간에서는 모든 가게가 이르면 오후 9시, 늦어도 오후 11시면 문을 닫았다. 이는 티베트인 가게나 인도인 가게나 공통된 사항. 덕분에 잠은 아주 편하게 잘 수 있는 환경이지만 한 번씩 아쉽기는 했다. 남아공 월드컵도 심야 경기는 생방송으로 볼 수 없었다. 한국팀의 대 나이지리아 경기가 그랬다. 밤 12시 게임인 탓에 결과를 다음날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밤 아쉬움을 달래는 일이 생겼다. 창밖에서 갑자기 맥간 밤하늘의 적막을 뚫고 크나큰 함성 소리가 들렸다. ‘대~한민국’. 그리고 이어지는 익숙한 박수 소리. ‘짜짜짝 짝짝’. 어디선가 한국 배낭 여행객들끼리 모여 응원을 하는 소리였다. ‘와~’하는 함성이 들리면 ‘득점’, ‘아~’하는 탄식이 들리면 ‘실점’ 혹은 아쉬운 장면으로 나름 해석을 했다. ‘역시 한국인!’.

- ‘월드컵 생중계 관람 가능’ 안내문이 내붙은 한 카페. 10시 이전에 문을 닫는 탓에 심야 경기는 안내에서 아예 빠져 있다.

 

◆한국이 그리워지는 상황

맥간에서 비는 곧 정전을 의미했다. 비가 좀 온다 싶으면 낮과 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전기가 나갔다. 복구까지 대부분 1시간 정도면 충분했지만, 어떤 경우 3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초를 찾아 촛불을 켜고 지냈다. 정전을 대비해 항상 양초와 성냥 보관 장소를 기억해야 했던 어릴 적 생각도 났다.

이는 인도 전역의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 그런데, 산간 지역인 맥간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를 처음 겪는 여행객은 전기가 나가는 순간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몇 번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하던 일을 계속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정전보다 더 불편했던 것은 느려터진 인터넷이었다. 한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했던 터라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이 많은 한국의 홈페이지는 용량이 그만큼 커 이용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은행 홈페이지는 최악이었다. 보안 프로그램을 까는 데만 5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거기에 공인인증서를 통해 로그인을 하다 보면 어느새 10분은 훌쩍 지나가는 일도 많았다. 해외에서 국내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는 만큼 여기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 5월쯤 개업한 유`무선 인터넷(wi-fi) 겸용 카페. 인도의 인터넷은 한국에 비해 매우 느린 편이라 상당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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