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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India Articles

5. 깨끗한 자연, 그러나 보존이 문제

(오늘 정리 좀 하다 보니, 5회분을 게재 안 했네요. 늦었지만 이제 올립니다)

산간 지역인만큼 맥간이나 박수에는 자연이 살아 있다. 눈부신 히말라야의 설경, 올챙이와 반딧불이가 노니는 냇가, 뜨거운 햇살 아래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소나무 등. 맥간·박수에서의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모습 때문에 문제점도 생겨난다. 바로 쓰레기와 용수 문제이다.

 

◆경치에 취하고 자연에 동하고

박수와 맥간에서 이따금씩 목격하는 산경(山景)은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몬순 기간에 내리는 폭우가 멎으면 눈부신 햇살 사이로 멀리 드러나는 다울라다르 산맥의 설경은 말이 필요 없었다. 석양빛을 머금었다면 그 감동은 배가! 이런 날이면 식당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건물 옥상에 위치한 식당마다 자리가 동이 났다. 이 절경을 놓치지 않으려는 여행객들 때문. 주문은 뒤로 한 채 모두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빽빽이 들어선 나무도 이런 경치에 한몫했다. 싱그런 녹음(綠陰)이 한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희석시켜주었다.

숙소 때문에 매일 오르내렸던 계곡에서는 살아있는 자연을 느꼈다.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인 곳에는 어김없이 조그만 올챙이떼가 무리를 이루었다. 거울처럼 투명한 계곡물 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다. 늦은 밤 계곡을 건널 때는 항상 걸음을 멈추고 올챙이떼를 구경했다. 계곡 사이로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의 모습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런 뒤에는 플래시를 끄고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면 언제나 별빛이 찬란했다. 새벽녘 방을 나서면 새카만 밤하늘에 흩뿌리는 은하수를 한참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은하수를 본 게 언제였지?’ 기억을 되새기곤 했다.

어느 일요일,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본 도롱뇽이나 마뱀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비며 온갖 형태와 색깔의 산초(山草)도 잊을 수 없다. 원숭이나 까마귀, 독수리까지 박수와 맥간 지역의 생태계는 여간 풍부한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방 안 구석에 떡 하니 자리잡은 전갈까지 봤으니 그 정도를 짐작할 만하다.

 

◆관광개발 가속 vs 환경오염 심화

외양은 이렇게 자연 친화적이지만 맥간이나 박수에는 쓰레기나 용수 부족 등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다. 좁은 산간 지역에 관광객이 집중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쓰레기 문제는 어딜 가나 과자봉지며 음료수 포장, 물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했다. 전망대에서 경치를 바라보다 아래를 보면 어김없이 쓰레기 더미. 일부러 집중적으로 쓰레기를 갖다 붇지 않고서는 생길 수 없는 양인지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도로 곳곳은 마시고 난 생수병이 나뒹굴었다.

원인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도인들의 습관이었다. 박수의 계곡이 전형적인 예가 되겠다. 주말마다 계곡을 찾은 인도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계곡은 매주 월요일이면 쓰레기로 가득했다. 술병이며 과자 봉지, 1회용 접시 등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 아무 거리낌 없이 신선한(?) 쓰레기를 선사하는 이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줄은 알았지 보존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인도에서 몇 달을 더 지내면서 지켜봤지만 남녀노소는 물론 배우고 못 배우고의 차이도 없었다. 약 12억명의 인도 인구에다 전 세계의 관광객까지 더해 보면 정말 끔찍하다.

용수 부족도 고질병으로 보였다. 몬순 기간이라 비가 많이 내리기에 사정이 나을 법도 하지만 물탱크가 비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분했다. 일부 숙소에서는 샤워할 물도 부족해 여행객이 고생을 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여름 몬순 기간이면 쉼없이 내리는 빗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괜찮을 것 같았지만,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해마다 맥간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고, 이에 맞춰 새롭게 짓고 있는 관광객 대상 영업용 건물도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문제는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급한 불끄기 나선 외국인 손길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맥간 복지사무소 차원에서 ‘청정한 고지대 다람살라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클린 어퍼 다람살라 프로젝트(Clean Upper Dharamsala Project)’가 실행 중이다. 주요 지역에 설치한 쓰레기 수거함마다 적혀 있는 구호이기도 한데 일단 관 차원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안심이 됐다. 대표적인 정책 중의 하나가 바로 플라스틱 생수병 줄이기. 정수한 물을 리필해 생수병 오염을 줄이자는 취지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쓰레기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마운틴 클리너스(the Mountain Cleaners)’라는 단체가 대표적이다. 트레킹족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트리무르티(Trimurti) 정상 부근을 보다 못한 영국인들이 시작한 산 정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매주 일요일 산 정상에 가서 1박 한 뒤 다음날 새벽부터 부근 청소를 한다. 관청이나 학교를 대상으로 의식 개선 활동도 펼치고 있지만 매주 수거하는 쓰레기량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하니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행객 행렬에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인도인 관광객까지 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언제나 맺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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