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ound the World/India Articles

7. 인도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인도를 여행한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질렸다. 다시는 안 간다’ 혹은 ‘반했다. 꼭 다시 찾겠다’ 중의 하나이다. 중간을 찾아보기 힘든 ‘극과 극’의 결과인데, 그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2억 인구 대국에 별의 별 인간 군상이 있을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나미 떨어지는 속임수`성희롱

인도인은 속임수의 달인이다. 인도에 도착하는 순간 릭샤 왈라(우리말로 치자면 ‘기사’ 정도)는 요금을 속이려 든다. 숙소 주인도 방값을 일단 비싸게 불러본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흥정을 감안해 가격을 제시한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한다. 인도인들조차도 “다른 인도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들리는 호객 행위도 성가시기만 하다. 오토릭샤 왈라들은 5분이 멀다 하고 멈춰 서서는 “릭샤 탈거냐?”고 묻는다. 가게 주인들은 “물건 한 번 보세요. 보는 것은 공짜!”라는 소리로 사람을 기겁하게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1주일이 되든 2주일이 되든 똑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여성들은 인도 남자들의 성희롱에 식겁한다. 버스나 메트로 같이 복잡한 곳에선 음흉한 인도 남자들의 손길이 여성의 몸에 노린다. 깜짝 놀라 돌아보면 넘치는 인파 속에 누가 그랬는지 짚어내기도 쉽지 않다. 맥클러드 간즈(맥간)에서 만난 마리온이라는 프랑스 여성은 얼마나 호되게 당했는지 이에 대한 불평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뉴델리 빠하르 간즈의 S호텔에 묵은 한국인 여성은 고장난 창문 틈으로 엿보는 인도 남성들 때문에 기겁을 해 다음날 바로 짐을 싸서 귀국했다는 끔찍한 경험담을 인터넷 카페에 털어놓기도 했다. 일본 여성 배낭여행객이 릭샤 왈라에 납치돼 집단 강간을 당한 사건이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인도남들은 경계의 대상이다.

- 남인도 코발람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을 훔쳐보는 인도남들. 완전히 대놓고 보는 수준이라 신경 쓰는 여행자들이 많다.

 

◆긍정의 메시지 전달자들

이러한 부정적인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인도인들은 인도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여전히 좋은 기억을 선사한다. 우리가 맥간을 떠난 뒤에 만난 인도인들도 대부분 이런 축에 속했다. 그들은 길을 묻는 여행객을 위해 직접 안내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잔돈이 부족할 경우에는 대신 내 주는 신사, 자신이 먹는 것 일부를 건네는 숙녀들도 많았다. 얼굴 가득 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 파니팟(Pani pat)에서 숙소를 찾고 있을 때 큰 도움을 준 인도남과 그의 아내. 다음날 한 사원에서 우연찮게 다시 만나서 기념촬영을 했다.



생면부지의 외국인을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이에 응했을 때는 신을 접대하듯 부담스러울 정도로 성심성의를 다하는 것이 바로 인도인들이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북부인이든 남부인이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나라’가 인도라더니 인도인들도 정녕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은 족속이었다.

- 오토릭샤 개조를 하느라 알게 된 차량개조점 주인 형제의 가족과 이웃의 아이들. 해맑은 웃음이 마음을 따사롭게 한다.



지역색과 종교색도 ‘인도인들은 이렇다’ 쉽게 말할 수 없게 한다. 펀자브(Punjab)[각주:1] 지방에 주로 거주하고 있는 시크(Sikh)교인들이 대표적인 예. ‘비행기에서 끝내는 신 인도, 인도인 이야기’(원형진 지음)라는 책에는 가난한 시크교 릭샤 왈라가 한국인 손님이 두고 내린 현금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고 돌려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 때 기사가 한 말이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더라도 정직하게 살라고 배웠다”는 거다. 그 덕에 시크교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선 ‘속을 일이 없다’라는 생각에 맘이 편안해진 경우가 많다.

 


- 파니팟의 한 사원 밖에서 만난 인도 소년들. 순박한 웃음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 오토릭샤 등록이 여의치 않자 휴식차 간 타타파니(Tata pani)에서 만난 모자. 인도 애기들은 커다란 눈망울 때문에 너무 귀여워 보인다.


◆인도 안의 소수 집단

인도는 인도인만의 나라가 아니다. 인도 사회에는 네팔인과 티베트인 등이 소수집단을 형성해 살아가고 있다. 맥간이나 박수처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는 이들이 운영하거나 일하는 가게를 많이 볼 수 있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자란 이들은 가끔은 ‘판박이’다 싶을 정도로 비슷한 생김새를 풍긴다. 다만, 네팔인들은 출신 지역에 따라 외모가 우리와 비슷한 티베트계에 가깝기도 하고, 까무잡잡한 피부의 인도계에 가깝기도 하다.

네팔인들은 자국 내에 일자리가 많지 않은 관계로 인도로 건너 와 생계를 꾸린다. 그들에게 들으니 특별한 비자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단다. 인도에서 번 돈으로 본국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입장이라 그런지 인도인들보다 더욱 열심히 일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업을 해도 꽤 정직하게 하는 민족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그 중 가장 독특한 사례가 '구르카(Gurkha)' 혹은 '고르카(Gorkha)' 등으로 불리는 네팔인 병사들이다. 인도에서는 네팔인을 용병과 같이 고용해서 병사로 활용하고 있다. '마이클 페일린과 함께 떠난 히말라야'(the Himalayas with Michael Palin)'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 고용 과정이 잘 나와 있다. 소개하자면, 영국 군인 출신이 네팔에 직접 가서 체력 검정 등을 거친 뒤 군인으로 고용하는 거다. 다큐를 보면 체력 검정 도중 마오이스트들이 찾아와 잠시 긴장 상황이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보수가 제법 괜찮은 편이라 이를 준비하는 네팔인들이 많다고 한다.

티베트인들은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중국에서 망명해 자리를 잡아 살아가고 있는 경우이다. 이들은 맥간 이외 잠무&카시미르나 웨스트 벵갈 지역은 물론 남인도 전역에 둥지를 틀어 삶을 이어가고 있다.

- 박수낙(Bhagsu nag)에서 열린 푸자(Pooja) 축제 날. 구르카(Gurkha) 출신으로 보이는 노신사가 기악대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티베트인 아내(돌마)과 네팔인 남편(마니). 인도에서 가장 현지인 가정에 초대한 부부이다.


- 피스 카페에서 만난 티베트인 친구. 우리가 떠난 직후 아빠가 됐을 거다.



인도 내 소수집단 중 특이한 것이 ‘히즈라(hijra)’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처럼 꾸미고 행동을 하는 ‘제 3의 성(性)’이다. 이들의 주요 수입원의 하나는 ‘강제징수’에 가까운 구걸이다. 집집마다, 혹은 길거리를 다니며 만나는 누구에게나 돈을 요구한다. 10루피라도 쥐어서 보내지 않으면 큰 난리가 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나도 인도 여행 중 딱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제대로 성 전환을 한 것도 아니다 보니 화장이나 옷차림만 아니라면 여전히 남자로 보이는 외모라 꽤 어색했던 기억이다.

당시 때마침 지갑을 차 안에 놔두고 온 지라 허겁지겁 차까지 가서 10루피를 꺼내 돌아서는데 바로 코앞까지 따라 온 상태였다. 그리고는 내 손에 쥐어진 지폐를 낚아채고는 아무 말도 없이 갈 길을 가 버렸다. 정말 ‘인크레더블(Incredible)한’ 인도가 아닌가!

- 남인도 케랄라주 바르칼라(Varkala) 해변 인근에서 만난 사람들. 남인도 사람들은 델리를 포함한 북인도 사람에 비해 피부가 더 검은 편이다.


 

- 바르칼라에 촬영 온 영화팀이 묵었던 숙소 옥상에서 본 한 중년 신사와 아이들. 북인도였다면 분위이가 달랐을 것이다.


◆외국인은 인도인이 아니다

  일찌감치 서양의 영향을 받고, 대영 제국의 지배를 받은 바 있는 인도. 그러다 보니 외국인을 바라보는 인도인들의 시각은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사용하는 용어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원래 인도어에 경칭어가 따로 있고 우리가 관광객이라는 점을 차치 하고서라도, 말 끝마다 'sir'니 'madam'이란 존칭 단어가 붙는다. 그만큼 조금 우월적인 존재로서 외국인을 본다는 거다. 그러나 카스트로 치자면 외국인은 저 밑에 있는 '불가촉 천민'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세상이 변하다 보니 이것도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말이다.

  외국인은 신비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서처럼 외국인(이라기보다는 백인들)을 보면 사진을 찍자고 요국하는 일이 많다. 그들 말론 '스냅(Snap)'이라고 하는데, 매일 맥간쪽으로 나갈 때마다 이런 요구 때문에 길 지나가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몇 번 하다 보니 너무 지겨워서 그냥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기를 반복했다[각주:2].

-성희롱

  인도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바로 '성희롱'이다. 앞서 소개한 글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 잠시만 한 눈을 팔면 벌어지는 일인지라 여성 여행객들에겐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코발람 해변에서 본 인도남처럼 사람을 대놓고 쳐다보는 것도 부담이 가는 것은 매 한가지. 쳐다보는 것을 보고 돌아보면 더 빤히 쳐다본다. 절대 시선을 돌리는 일이 없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리아는 그 원인이 서양인들의 문화에 대한 오해가 아닌가 분석한다. '서양 여자들은 성에 대해 쉽게 생각한다' 뭐 이 정도. 거기에  피부 노출을 거의 죄악시하는 종교 분위기, 이와 연관해 결혼까지 이성과의 경험도 흔치 않은 사회적 배경이다 보니 그 정도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을 거란 거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해 보자면, 바르깔라에서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과 한참 북쪽으로 올라간 해변에서 놀 때였다. 세르비아계 미국인 여자애가 비키니를 입고 사진을 찍느라 이런 저런 '쑈'를 한 적이 있다. 체격도 큰 미인형인데, 우리보다 앞서 물놀이를 하고 있던 인도 애들이 개헤엄으로 슬금슬금 다가와 구경을 하는 거다. 리아 말로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헐떡일 정도'로 흥분한 모습이었단다. 누구는 이를 두고 '악어가 슬그머니 헤엄치는 모습'이라고도 표현을 했다.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 경험 중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두 번째로 들른 집인데, 이넘의 주인이 골 때리는 놈이다. 어머니 때문에 중매 결혼을 했는데, 그런 어머니 사후인지라 아내랑 아들은 안중에도 없다. 가족이랑 상의도 없이 제 만족을 위해 카우치 서핑을 하고 있는데, 여성 카우치 서퍼한테 응큼한 짓거리를 하는 거다. 자신의 예전 여자 경험이나 최근 여성들과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얼마나 능숙한지'를 자랑한다. 그래서 낚이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말고...
  인도의 카우치 서퍼들이 대부분 남자이고, 이들은 또 '여자만을 받는다'고 공언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이런 넘들이 얼마나 많을지... 이를 이용하는 여성 카우치 서퍼들은 인도에서만은 이를 자제하거나, 추천서(reference)가 정말 괜찮은 카우치 서퍼들 집에만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터넷 써도 여권 내라!
  인도의 인터넷 환경은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 비하면 택도 없을 정도로 느리다. 최근 54M급 시설이 많이 들어섰지만, 미드 다운 받으려면 적어도 하루 종일 걸릴 경우가 많을 정도의 사정이다.
  이보다 더 불편한 것은 쓸 때마다 여권 사본을 내야 한다는 것. 이것도 테러의 위협 때문인 것 같긴 한데, 웃기는 것은 주인이 누구냐,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는 거다.

  델리에서 처음 인터넷을 썼을 때 여권을 보여줘야 해서 의아해 했다. 그런데 맥클러드 간즈(맥간)에 가서는 필요가 없었다. 노트북을 이용해 무선인터넷을 쓸 때에도 그랬다. 그런데 어떤 카페에 가니 또 여권 사본을 요구했다. 차이를 보니 '주인이 인도인이냐, 티베트인이냐'인 것 같았다. 이후에 만디라는 곳에 갔을 때에도 첫날에는 사본을 냈던 것 같다. 그러나 남인도로 오고 나서는 다시 이런 것이 필요가 없었다.
 

octocho@gmail.com

octocho.tistory.com



  1. 펀자브 사람들은 잘 놀기로도 유명하다. 박수에 머무는 동안 펀자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 날은 밤 늦도록 춤추고 노래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숙소의 발코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놀고 있는 펀자브 시크교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본문으로]
  2. 나중에 들어보니, 박수를 찾는 펀자브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박수가 '일종의 뉴욕'이란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사진 찍기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