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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India Articles

11. 아, 남국의 아라비아해(海)

 

- 바르칼라(Varkala) 헬리패드에서 바라본 하늘. 이날 완전 일 나는 줄 알았다.


,달랐다. 역시! 넘실대는 파도, 반짝이는 햇살, 더위를 식히는 해풍…. 광대한 인도 아대륙의 다양성을 대변하듯, 남(南)인도의 해변 풍경은 앞서의 인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친 우리를 맞이했다.


◆바다를 찾아 떠난 남행

2박 3일 대 8시간[각주:1][각주:2]. 목적지 코발람(Kovalam)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케랄라(Kerala) 주 남쪽에 위치한 휴양지로 직선 거리로만 2천㎞가 넘는 곳. 그러다 보니 열차냐 비행기냐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 비자 만료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우리는 경비보다는 시간을 아끼는 선택[각주:3]을 했다.

트리반드룸(Trivandrum) 공항에 내려 오토릭샤를 타고 코발람까지 가는 길. 끊임없이 들어선 코코넛 나무의 이국적 풍취에다 멀리서 풍기는 바다 내음에 기분까지 신선했다.

- 코발람(Kovalam) 해변의 석양.


- 코발람 해변 석양.




“와~”.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50m 앞에 위치한 바다로 나서니 절로 탄성이 나왔다. 대체 얼마 만에 보는 바다이던가! 거기에 ‘에메랄드 빛 아라비아 해’[각주:4]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다는 생각에 감흥이 더했다. 검은빛 모래 해변이라는 희소성도 있었다

- 코발람(Kovalam) 해변을 찾은 인도인들. 정말 재밌게 잘 놀더라.



맛난 해산물을 적은 부담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어부들이 매일 낚시나 그물로 잡아올린 싱싱한 물고기 요리. 특히, 코발람의 숙소[각주:5]에서 먹었던 요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식당은 없지만 요청에 따라 관리인이 직접 요리를 했는데 그 맛이 정말 기똥찼다. 홍합[각주:6]을 이용한 매운탕(정말 제대로 된 매운맛에 입맛이 절로 살아났다)에 양념구이는 물론 남인도 정식인 밀즈(Meals: 생선 구이와 커리에 몇 가지 야채 반찬, 밥이 함께 나온다)[각주:7]까지, 인도에서 먹은 음식 가운데 최고라고 내세울 수 있는 수준. 그런데 가격은 식당 가격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 케랄라식 매운 홍합탕과 양념귀. 너무 맛있어서 사진 먼저 찍는 것도 잊었다.







- 남인도 정식 밀즈(Meals). 식당 버전(위)과 코코랜드(Coco Land) 버전.




오랜만에 바다의 매력에 흠뻑 취한 우리는 코발람을 기점으로 바르칼라(Varkala)[각주:8], 알라푸자(Allapuzha)[각주:9][각주:10], 코치(Kochi)까지, 인도의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며 인도에서의 남은 여정을 맘껏 즐겼다.

 

◆북쪽과는 너무 다른 모습

남인도는 생김새부터 많은 면이 북인도와는 달랐다. 데칸 고원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나뉜다는 인도 아닌가. 남인도 사람은 북인도 사람에 비해 피부가 더 까무잡잡한 편이다. 인도 역사는 이를 아리아 인에 쫓긴 드라비다 인이 남쪽에 많이 정착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언어[각주:11]도 각 주마다 고유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마저 ‘볼리우드(Bollywood)’가 아닌 자체 제작 작품이 더 인기를 얻을 정도이다.

풍습도 다른데 무엇보다 남자들의 복장이 가장 특이하다. 길거리에서 많은 남성들이 ‘룽기(Lungi)’라는 전통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치마처럼 두르는 하의인데 많이 거추장스러워 보임에도 자전거를 타는 등 일상 중 자연스레 생활했다. 심지어는 이를 입고 해수욕을 하는 청년들[각주:12]도 본 적이 있다.

- 남인도 전통복 룽기(Lungi). 남자들이 치마처럼 입고 다닌다.




종교[각주:13] 면에서는 가톨릭이나 기독교인도 많다. 일찍이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 등 서구의 지배를 받은 탓이다. 곳곳에서 교회나 성당 건물을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상점에 가면 성모 마리아나 예수의 성화가 걸린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회교 사원인 모스크도 자주 볼 수 있었다.

- 코발람(Kovalam) 남쪽 비르니암(Vizhinjam) 해변의 모스크.


- 인도 최남단 칸야쿠마리(Kanyakumari)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본 교회.



술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도 특이했다. 케랄라는 술을 금하는 주는 아니지만 음주에 대해 매우 엄격한 편이다. 주류 판매는 관영 상점에서만 가능한데, 영업시간이 짧은 데다 휴일에는 아예 문을 닫는다. 그 수도 적고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다 보니 한 달이 넘도록 한 군데도 볼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다. 듣기로 주류 판매 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다. 꽤 부담스런 규모의 금액(누군가 1만5천€, 약 2천200만원라고 하는 것을 들었는데 확실치는 않음)을 지불해야 하는데다, 기준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각주:14]이란다.

이런 까닭에 많은 가게들이 무허가로 주류를 취급한다. 맥주를 시키면 신문지에 싸서 주고, 병을 식탁 아래 안 보이게 두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무허가로 술을 취급하다 보니 한 번씩 찾아오는 경찰에겐 일종의 ‘수고비’가 건네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찜찜하긴 하지만 업주도 경찰도 여행객도 모두 득을 보는 독특한 구조이다.

- 맥주를 신문지에 싸서 내 온다면 주류 판매 허가가 없는 거다.



물론 여자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엉큼한 시선[각주:15]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해수욕을 하러 나가면 꼭 인도남 대여섯 명이 길가에 서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 출근하는 아저씨도 있었다.
 

- 코발람(Kovalam) 해변에서 비키니 입은 여행객을 지켜보고 있는 인도 남자들.



남인도에서는 이런 황홀한 경험 외에도 멋진 친구들을 만난 것이 큰 추억이다. 낯선 땅에서 우연히 만났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공통 요소를 찾은 사람들. 서로의 일정 때문에 작별을 했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꼭 다시 만날’ 사람들이다. 다음 회에는 남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얘기를 하려고 한다.

octo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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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거 논스톱으로 가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거다. 삼시 세끼를 전부 열차 안에서 해결해야 하니깐 말이다. [본문으로]
  2. 약이 든 먹거리/마실거리를 건네는 인도인 패거리들 주의도 해야 한다. [본문으로]
  3. 인도 내 저가 항공사로 유명한 킹 피셔(King Fisher) 선택. 원래 맥주 회사인데, 사업상 이유로 저가항공사를 차렸단다. [본문으로]
  4. 물론 모든 지점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5. 코코 랜드(Coco Land)라는 곳이다. 정원도 있고 괜찮은 숙소. [본문으로]
  6. 영어로 Mussels라고 하는데, 이를 이용한 요리 중엔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본문으로]
  7. 북인도의 탈리(Thali)에 대비된다. 원래 정통식은 바나나 잎에다 음식을 깔아 준다. [본문으로]
  8.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9. 알래피(Alleppey)라고도 하는데, 수로 유람(Backwater trip)의 거점이다. [본문으로]
  10. - 일찍이 서양과 무역을 한 항구도시로,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구 등의 지배를 받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본문으로]
  11. 케랄라는 말라얄람, 타밀 나두는 타밀. [본문으로]
  12. 천이 그리 두껍지 않다 보니 물에 젖으면 몸이 비치기 때문에 틈날 때마다 옷을 여며야 한다. [본문으로]
  13. 워낙에 종교가 다양한 인도인데, 일찍이 서양의 영향을 받은 곳이다 보니 외국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본문으로]
  14. '종교 시설로부터 100m 이내 금지' 같은 것. [본문으로]
  15. 인도남들의 작업 걸기는 악명이 높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