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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Indochina Articles

27. 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


태국 가는 길 또한 쉽지는 않았다. 비엔티안(Vientiane)에서 한 번, 그리고 국경 넘어 태국의 우돈타니(Udonthani)에서 한 번, 버스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사람들이 몰리는 데 반해 터미널에 너무 늦게 나타나 제시간 표를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낮에 버스를 타서 밤에 방콕 도착하려던 우리의 계획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무너졌다.


◆고생 끝에 다다른 방콕

우리의 목적지는 비엔티안 성탄절 모임에서 만난 인도인 아니메시(Animesh)의 집. 한밤중이나 대낮에 도착하기엔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자정 전이라도 도착하기로 한 것인데, 결국은 새벽 도착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비엔티안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한 우리는 다음날 오전 5시쯤 돼서야 방콕의 북부 버스 터미널(모 칫 마이)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다시 아니메시 집까지 가는 길이 남았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의 연이은 승차 거부로 고생을 톡톡히 했다. 한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 기사의 제안으로 택시가 많이 다니는 큰길까지 툭툭을 타고 가서야 겨우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메시가 깨는 시간까지 숙소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렇게 아니메시네 방에 들어간 시각이 오전 7시 30분쯤. 라오스에서 출발한 지 약 18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다만 아니메시의 숙소는 너무나 편했다. 체육관에 실외 수영장, 사우나실까지 딸렸는데, ‘언제이런 집에 묵어보겠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숙소였다.

방콕 나들이도 즐거웠다. 중심가에 가서 책도 읽고 영화도 봤다. 아니메시, 그리고 대구의 학원에서 일했던 벤(Ben)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과도 만났다. 맛난 것도 많이 먹고 가까이 코 사멧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방콕 그리고 카오락 4개월

하루는 무작정 걷다가 왠지 낯익은 곳을 찾게 됐다. 생각해 보니 수년 전 신혼여행 때 묵었던 호텔 지역이었다. 기억을 되씹으며 수안룸 야시장을 찾았다. 당시 저녁을 먹고 기념품 거리를 뒤적였던 곳이다. 그러나 야시장은 사라지고 없었다. 쇼핑몰인가 짓는다고 다 헐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방콕 곳곳에서 이런 식으로 현대식 재개발 공사로 인해 사라지는 곳이 많은 모양이었다. 추억 속 장소가 하나 사라지고 말았다.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생겼다.

방콕에서의 화사한 생활을 뒤로 하고 우리는 태국 남부의 카오락(Khao Lak)을 향했다. 모두 15시간이 걸린 피곤한 여정. 태국 방문의 주목적이었던 스쿠바 다이빙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푸켓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카오락은 나이 많은 유럽인들이 추운 겨울 날씨를 피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약 4개월, 다이빙을 배웠다. 수영도 제대로 할 줄 몰랐던 터라 ‘걸음마 수준’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지역인 시밀란 제도를 기반으로 배운 터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배를 타고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더 길게는 2박3일간 배를 타고 다니며 다이빙하고, 먹고, 놀고, 웃고 떠드는 다이버의 생활이 너무나 즐거웠던 까닭이다.


◆그리고 일상은 계속된다

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를 갔다. 여정의 마지막. 발리의 따가운 햇살, 그리고 코모도 해상국립공원에서의 환상적인 다이빙. 그렇게 나의 아시아 방랑기는 마지막 장을 닫았다. 그리고 북으로 향해 6월말 한국의 무더위를 다시 맞았다.

귀국시 수중에 든 것은 다이브 마스터(DM) 자격증, 그리고 14개월간의 생생한 기록과 추억뿐. 그래도 수년간은 마음을 다독여 줄 따스한 추억거리 정도는 될 것이다 싶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그리고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내 얘기를 듣고 나서는 묻는 것이 있다.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느냐?’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각 나라마다 워낙 다양성을 갖췄으니 말이다. 본인의 관심사가 무엇이냐에 따라 호불호는 분명 달라질 것이기에 언뜻 답을 주지 못하고 얼버무리기 일쑤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있다. 인도에 있을 때 오토릭샤를 사서 타고 다녔던 것이다.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또 결국 돈을 떼인 것이 찝찝하지만 말이다.

여행을 다니며 항상 떠오른 생각. ‘왜 좀 더 어렸을 때 더 많이 돌아보지 않았을까?’. 각종 의문에 휩싸였던 그 때,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무조건 떠날 걸 그랬다. 그래서 ‘일단 떠나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차피 ‘지금 이 순간 나의 행복’이 중요하다지 않은가 말이다.

octo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