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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Indochina Articles

13. 같은 듯 다른 인도차이나 3국


인도차이나 반도의 3개국(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은 지리적 근접성 이외에도 비슷한 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국 모두 메콩강을 끼고 유사한 삶을 꾸려나가는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개성을 가진 지역이기도 하다.

- 라오스 남부 시판돈의 아름다운 풍경.


◆곳곳에 남은 인도의 잔영

인도차이나 반도를 여행하면서 역설적이지만 인도의 종교인 힌두교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목격했다. 아무래도 여행의 시작을 인도에서 해서 그런지 이런 점에 더욱 관심이 갔다.

그 시작은 물론 이미 소개한 바 있는‘앙코르 와트’이다. 12세기 크메르 제국 시절, 황제 수르야바르만 2세의 지시로 약 30년에 걸쳐 축조됐다는 앙코르 와트는 힌두교의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Vishnu)에 봉헌됐다. 서향(西向)의 구조 또한 해가 지는 서쪽에 사후 세계가 있다는 힌두교 교리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크메르 제국이 건설한 힌두교 구조물은 앙코르 와트가 위치한 씨엠립을 비롯한 북부 전역에 위치해 있다.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 와트(위)와 베트남 나짱의 포 나가르 사원. 건축 양식의 유사성이 보인다.





베트남에서도 힌두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남부 나짱(Nha Trang) 중심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포 나가르 사원(Thap Ba Po Nagar). 미리 정보를 알아보지 않고 갔기에 관련 사실이 더 흥미로웠던 유적이다. 기록을 뒤져 보니 베트남 중부의 인도네시아계(!) 참족이 세운 참파 왕국에서 지은 것으로 나온다.

7~12세기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조성됐다가 쇠퇴해 현재는 과거의 영화를 100%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주요 탑 구조물이‘시바’(힌두교 최고의 신으로 파괴의 신),‘ 가네샤’(시바의 아들로 사람 몸에 코끼리 머리 형상), ‘포 나가르’(시바의 아내) 등 인도에서 매일같이 들었던 신들에게 봉헌된 것이라는 얘길 들으니 느낌이 참 새로웠다. (물론 앙코르 와트는 돌을 깎아서 만든 데 비해 포 나가르 사원은 붉은색 벽돌을 쌓아올려 만들었다니 건축면에서 이미 기본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다.)

참파 왕국이 인도네시아계였다는 점은 최근 방문한 발리와도 연관이 되는 사실이다. 이슬람이 주종교인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는 유일하게 힌두교 영향이 남아있는 섬[각주:1]이다. 발리 전역에서 관련 사원과 함께 힌두교 신상, 특히 가네샤의 조각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라오스 남부 참파삭 주(州) ‘왓푸’(Wat Phou) 또한 힌두교 관련 유적. 이쯤 되면‘이 지역에 번성했던 힌두교가 어떻게 해서 불교에 패권을 넘겨주게 됐는지’궁금해지기도 한다.[각주:2]

 

◆서구 열강이 남긴 유산

18세기 제국주의 시대, 인도차이나 반도는 근 한 세기 동안 프랑스의 영향 아래 있었다. 기간이 길다 보니 이로 인해 남겨진 유산도 많다. 이들이 머물렀던 각 수도 지역, 그리고 무더운 여름날을 나기 위해 찾았던 주요 휴양지에는 당시 이들이 지은 유럽식 장원 건축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한 번씩 둘러보면 옛날의 향수가 묻어나는 곳이다.

인도차이나 반도 3국의 주소 체계에도 프랑스의 그림자는 남아 있다. 길 좌우로 홀수 혹은 짝수 번지수를 매기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도입 중인 ‘새 주소’와 같은 방식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왔다. 이 지역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행자 입장에서는 지도를 보고 번지수대로 쉽게 건물을 찾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 씨엠립 한 상점에서 숯불을 이용해 바게트를 굽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바게트’를 즐겨 먹는 것도 특징이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첫발을 딛은 씨엠립부터 시작해서 어느 곳엘 가든 바게트 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불어를 배웠거나 배우려는 사람이 많은 것도 프랑스의 영향력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 보다.

미국 또한 이들 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였다. 주요 교전국은 물론 당시 북베트남(베트콩). 그러나 미국은 이들의 이동 통로를 차단한다는 핑계로 국경지대에 엄청난 양의 폭탄을 퍼부었다. 이 지역에서 극도의 공포 심리전을 펼친 한 CIA 요원의 이야기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이란 영화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다른 세 나라

인도차이나 3개국 중에서도 라오스나 캄보디아는 여러 가지 생활양식은 물론 언어까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외모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베트남은 예전부터 중국과 맞서거니 협력하거니 하는 등 중국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돼 독자적으로 성장해 왔다. 언어 또한 캄보디아어나 라오스어는 태국어와 유사하다. 하지만 베트남어는 그 역사만큼이나 완전히 다른 체계이다.

인도차이나 3국, 혹은 여기에 태국까지 해서 여행하며 때로는 똑같고, 때로는 전혀 다른 점을 직접 체험하고 비교해 보는 것은 분명 이곳 여행의 묘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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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cho.tistory.com

  1. 여자 여행객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추근대는 것까지도 닮았다. [본문으로]
  2. 동남아 지역은 일찌감치 향신료를 중심으로 해외 무역이 발달했다. 각종 자원으로 인해 유럽 열강의 침략을 많이 받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