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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Indochina Articles

27. 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 태국 가는 길 또한 쉽지는 않았다. 비엔티안(Vientiane)에서 한 번, 그리고 국경 넘어 태국의 우돈타니(Udonthani)에서 한 번, 버스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사람들이 몰리는 데 반해 터미널에 너무 늦게 나타나 제시간 표를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낮에 버스를 타서 밤에 방콕 도착하려던 우리의 계획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무너졌다. ◆고생 끝에 다다른 방콕 우리의 목적지는 비엔티안 성탄절 모임에서 만난 인도인 아니메시(Animesh)의 집. 한밤중이나 대낮에 도착하기엔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자정 전이라도 도착하기로 한 것인데, 결국은 새벽 도착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비엔티안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한 우리는 다음날 오전 5시쯤 돼서야 방콕의 북부 버스 터미널(모 칫 마이).. 더보기
26.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날 올해 첫 연재기사에 비엔티안의 한국식당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송년회를 했다는 얘기를 적었다. 매년 연말 이 식당에서 한국인 손님과 식당 직원이 참여하는 행사에 우리가 꼽사리 끼는 형국이었다. 예상을 뛰어넘게 재밌는 송년회의 여흥은 이후 며칠간 이어졌다. ◆한국식으로 새해를 맞다 송년회 마신 술독을 풀러 다음날 아침 느지감치 독참파 식당에 갔다. 김사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이날은 휴업. 해마다 송년회 다음날은 쉰다고 했다. 그래도 특별히 우리를 위해서 내준 청국장으로 속을 풀었다. 주방장이 쉰 관계로 전직 주방장 출신인 니트(라오스 여인이자 안주인이다)가 손수 끓여내 왔다. 냄새를 줄인 요즘 방식의 청국장으로, 뚝배기에 부글부글 끓여 내오는 것이 보는 것만으로 속이 풀리는 듯했다. 속을 달래고 얘기.. 더보기
25. 한 사람의 위대한 힘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낯설고 신기한 것을 많이 보았다. 아름다운 자연, 멋진 풍광에 빠져 즐거운 한때를 보낸 적도 많았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도의 타지마할,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걸작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러한 거대 문화재가 아니었다. 전제군주의 명에 의해,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거대한 역사(役事)보다 더 인상적인 명소가 있었다. 인도 찬디가르(Chandigarh)의 ‘록 가든(Rock Garden)’과 라오스 비엔티안(Vientiane)의 ‘부처 공원[Buddha Park]’이 그랬다. 지금은 각 도시의 대표적인 구경거리가 됐지만, 두 곳 모두 한 사람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소박하게 시작한 곳이라는 공.. 더보기
24. 비엔티안을 가다 라오스 남부의 중심 도시 팍세(Pakse)에서의 일정은 그렇게 씁쓸한 경험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수도 비엔티안(Vientiane)을 향해 긴 버스 여정에 올랐다. 11시간의 여정이었지만 다행이 침대버스로 밤새 이동하는 까닭에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었다. ◆어둠 속 야간버스 여행 팍세에서 비엔티안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8시 출발이다. 매일 1대 밖에 일정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짐을 챙긴 뒤 버스 탈 때까지 시간을 때워야 했다. 인터넷으로 비엔티안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됐다. 이곳까지 들어선 인도 식당을 들렀다. 버스표를 비롯한 관광객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는 곳이었다. 인도를 뜬 지 2개월여 만에 먹는 인도 음식이라 반가웠다. 그러나 확실히 인도 현지 .. 더보기
23. 이상하고 아름다운 요지경 나라 라오스는 아직 저개발 상태에 있다.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 곳곳으로 확장 일로에 있는 베트남은 물론이요, 국내 시장을 조금씩 개방하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캄보디아와도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변변찮은 산업 기반도 거의 없고, 관광 인프라 구축 또한 아직 멀었다. 공산당 독재의 잔재 때문인듯도 한데,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 ◆친절이 가득한 사람들 라오스의 첫 인상은 매우 좋았다. 입국한 날 저녁 길을 찾는 우리를 차에 태워 속소까지 데려다 준 휴대전화 가게 주인 때문이었다. 그날 저녁을 먹었던 식당 사람들도, 이후 술을 마신 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좋은 인상을 주긴 마찬가지였다. 동남아시아를 떠도는 배낭족 가운데 라오스를 가장 좋아하는 경우가 유독 많다. ‘사람들이 가장 .. 더보기
22. 돈뎃의 햇살은 눈부셨다 12월, 라오스 남부의 햇살은 너무나 눈부셨다. 한낮의 강렬한 태양빛은 아침 저녁 선선한 기운을 순식간에 몰아내 주었다. 라오스 여행 최적의 시기. 두 번의 소풍 이외의 시간, 돈뎃(Don Det)에서의 시간은 매우 시각적인 추억으로 남았다.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 아주 자그마한 섬 돈뎃을 둘러보는 데는 자전거가 최고이다. 바로 이웃한 섬 돈콘(Don Khon)도 마찬가지. 실제로 이곳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와 자전거이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자전거로 섬 구경을 했다. 이곳의 대표적인 구경거리는 폭포와 민물 돌고래인 이라와디(Irrawaddy) 돌고래였다. 우선 자전거를 빌렸다. 그런데 남들보다 늦게 일과를 시작하다 보니 자전거 구하기부터가 수월치 않았다. 다 빌려줬거나 남아 있더라도 상태가 영 별로였.. 더보기
21. 시판돈의 매력 본격 탐구 4천 개의 섬이 있다는 시판돈(Si Phan Don)을 구경하려면 배가 있어야 한다. 뿌연 메콩강 물 사이로 자동차 차체에 묻은 흙탕물처럼 튀어나온 크고 작은 섬 사이를 헤집고 다녀야 한다.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 주인남 마이크가 이 일이 전문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었다. ◆눈부신 봄날 소풍을 가다 12월 13일. 한국에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시기. 그러나 건기의 정점에 달하는 라오스에서는 초가을 날씨. 분팁 게스트하우스 일행 5명은 시판돈 섬 나들이에 나섰다. 하루 전 뭍으로 가서 필요한 물품도 미리 준비한 터였다. 마이크의 조그만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는 정확한 목적지 없이 시판돈의 이름 모를 섬으로 소풍을 떠났다. 요란한 모터 소리와 함께 보트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조그만 무인도들이 셀.. 더보기
20. 라오스의 명소 ‘시판돈’ 가는 길 여행길에 만난 배낭족들에게 물었다. ‘라오스 가면 어디를 가봐야 하느냐?’고. 열이면 열, ‘포 사우전드 아일랜드(Four Thousand Island)’라는 답이 돌아왔다. 라오스 말로 ‘시판돈(Si Phan Don)’이라 하는데, 글자 그대로 ‘4천개의 섬’이 있다는 곳이다. 메콩강을 따라 라오스 최남부에 위치해 있다. 메콩강 수량에 따라 4천개의 섬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기에 붙은 이름. 우여곡절 끝에 최남단에서 국경을 넘는 우리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을 만한 목적지였다. ◆팍세를 거쳐 시판돈으로 시판돈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아타푸(Attapeu)에서 하루를 보내고는 다시 버스에 올라 팍세(Pakse)까지 가서 하루를 묵었다. 그리고 아침 8시, 미니 버스를 타고 3시간쯤 달렸다. 나카상(Na.. 더보기
19. 한가위의 추억 벌써 9월이다. 음력 8월 한가위도 지났다. 지난해 4월 출국 이후 처음 맞는 명절,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작년 이맘때 기록을 들춰 보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 올랐다. ◆따스한 해변에서의 나날 ‘DVD 보려던 약속, 드디어 성공! 와, 감동이다’. 생뚱맞은 것 같지만 지난해 추석 연휴 다음날 기록의 첫 구절이다. 인도 여행기에서 소개했던 남인도 케랄라(Kerala) 주의 바르칼라(Varkala)란 해안도시에 있을 때였다. 이 DVD란 것이 뭔고 하니, ‘칠 아웃(Chill Out)’이란 식당에서 만난 영국 출신의 스카이 다이버 마이크(Mike)가 우리에게 보여 준다고 한 ‘대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What the blip do we know?)’라는 영화. 과학과 삶.. 더보기
18. ‘여행자의 천국’ 입성 라오스. 인도차이나 반도 3국 가운데 캄보디아나 베트남에 비해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곳이다. 베트남처럼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지만 언어는 태국과 엇비슷한 나라. 유일하게 바다랑 접하지 않은 곳. 어떻게 보면 길게 뻗은 모양이 이탈리아를 닮은 라오스는 배낭을 짊어진 여행자에게는 때 묻지 않은 청정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베트남-라오스 국경으로 캄보디아-베트남 비포장 도로에서 붉은 빛 흙먼지를 일며 달리던 버스는 베트남-라오스 국경 구간에선 달랐다. 일부 짧은 구간이 비포장이긴 했지만 표면은 고른 편이라 크게 흔들리거나 먼지가 많이 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베트남 입국 때처럼 ‘1달러 찔러주기’도 없었다. 라오스 국경사무소에서 입국 신고를 작성하고 비자를 받는 일은 몇 분 만에 끝이 났다. 직업란이 있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