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ound the World/Indochina Articles

7. 프놈펜에서의 색다른 경험

프놈펜 야시장.

프놈펜 수리아백화점 인근 농수산물 시장.

푸짐한 해산물이 즐비하다.

 

 


프놈펜 여정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무엇보다 한국인들과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 그랬다. 사실 여행 도중 한국인들을 거의 만나질 못했다. 굳이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여행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한국식으로 놀자니 기분이 색달랐다.

 

◆프놈펜, 한국인의 소굴

‘소굴(巢窟)’이라고 하니 좀 부정적으로 들리는데, 사실 프놈펜에서 묵었던 한국인 썬(배낭여행자 사이트 ‘태사랑’의 별명이자 문신 가게 이름)의 집이 꼭 그랬다. 평소 따르는 두 동생 ‘푸른 향기’, ‘프놈펜 난민’이 출퇴근하듯이 들락날락하는 곳이기에 그렇다. 또, 나처럼 태사랑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잠자리를 청하는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해서이다. 집이 위치한 벙깍 호수변 ‘레이크 사이드(Lakeside)’ 골목도 재개발을 앞둔 시한부 생명이다 보니 이를 더욱 뒷받침하는 듯했다.

10월 29일 썬네 집에 짐을 풀고 머무른 기간은 5일. 여행객에겐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인데 한국식 유흥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첫날 저녁, 한국 식당에서 족발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푸짐한 밑반찬이 배를 부르게 하는 것이 진짜 한국식당이었다. 노래방도 갔다. 소맥 폭탄주도 곁들였다. 물론 다음날 아침 목이 쉬었고 속은 쓰렸다. 그래도 라면에 김치 풀고 밥까지 말아서 해장하니 ‘역시 이 맛!’이었다. (그 이후로 이런 시간은 다시 없었다.)

하루는 삼겹살에 새우를 구워 먹었다. 썬은 손수 재래기를 만들어 주었다. 숯불에 구워서 양념장에 찍어서 먹는 고기는 진짜 ‘한국의 별미’였다. 근데, 되짚어 보니 집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매번 이런 식으로 ‘접대 아닌 접대’를 하는 세 사람이 참 대단하기만 하다. 물론 지금은 썬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모임은 깨졌지만 말이다.

부산 출신인 썬은 성격이나 말투, 행동 모두 ‘부산 싸나이’다운 면모가 있었다. 투박한 사투리, 거침없이 던지는 따끔한 충고. 그러면서도 동생들을 챙겨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쉽게 말해 ‘보스 기질’이 있다고 해야 할까?

썬은 개인사도 꽤 흥미로운 인물이다. 문신 예술가로 문신 시술이 불법인 환경이 싫어 캄보디아까지 왔다. 캄보디아 크메르어는 물론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배낭여행자 골목에 터를 잡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태사랑에 본인이 올린 글을 읽어 보면 이런 드라마가 따로 없다. 워낙 독특한 배경이다 보니 대기업 그만두고 와서 프놈펜에 정착했다는 향기나, 체육학과 출신으로 여행사 다니다 이제는 프놈펜 인근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난민의 이야기는 밋밋한 수준이었다.



프놈펜 왕궁 앞 공원.



시민들에게 아주 좋은 휴식공간이다.



캄보디아 국립 박물관.

  

◆독특한 매력의 대도시

썬 일행과 함께 유흥에 젖어 지내다 보니 막상 프놈펜 구경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나마 짬짬이 둘러본 게 지난 회 소개한 S-21이었다. 그리고는 자전거를 타고 프놈펜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본 게 다였다.

나름 대도시이긴 해도 프놈펜은 자전거로 다니기에 괜찮은 곳이었다. 대부분 평지인데다 대기오염도 심하지 않아서 그렇다. 부지런히 다니면 하루나 이틀 만에 웬만한 것은 다 구경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왕궁 주변의 강변 도로 일대는 외국인 여행객은 물론 캄보디아 사람들도 많이 몰리는 공간이었다. 강바람도 시원하고, 넓게 조성된 공원이 걸어다니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유명한 카페나 식당도 집중돼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도 괜찮았다.


프놈펜 강변 공원.



눈 부시도록 밝은 낮과 달리 프놈펜의 밤은 무척 어두웠다. 차량과 사람으로 북적이던 길거리가 퇴근 시간만 지나면 인적이 드물었다. 전기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밤길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못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범죄도 쉽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난민은 한날 편의점에서 나온 뒤 오토바이 떼가 계속 쫓아와 달아나느라 식겁한 경험을 말해줬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크고 빠른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질녘 프놈펜 시가지. 퇴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암흑로가 된다.


프놈펜 카지노 호텔 나가월드.



오토바이 날치기도 많아 거리를 다닐 땐 항상 가방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탈 때면 가방끈을 항상 손잡이 너머로 걸어서 다니는 버릇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야시장에 갔다가 반바지 보조 주머니에 넣어 둔 여권을 털린 적이 있다. 그것도 모르고 있다가 바닥에 떨어진 여권을 주운 누군가가 돌려주는 바람에 ‘십년 감수’ 했다.

총기 사고도 한 번씩 일어난단다. 썬은 우리가 도착하기 1주일 전에도 편의점 강도가 종업원을 쏘고 달아나는 사건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밤 치안이 불안하다 보니 독특한 풍경도 펼쳐진다는 게 난민의 말이다. 이에 따르면, 심야 운전을 할 땐 아예 경찰한테 돈을 주고 에스코트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방범 활동에 군 병력도 동원된다. 이들의 위세는 워낙 등등해서 대항하다가는 총을 맞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낮과 밤이 너무나 다른 프놈펜이다.

octocho@gmail.com

 

 

'Around the World > Indochina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9. 베트남 가는 길  (0) 2011.05.07
8. 캄보디아, 켑 & 토끼섬  (0) 2011.04.18
6. 죽음의 역사, 그 현장들  (0) 2011.03.17
5. 다시 오른 유랑 길  (0) 2011.03.06
4. 물의 나라 캄보디아  (0) 2011.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