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라오스 남부의 햇살은 너무나 눈부셨다. 한낮의 강렬한 태양빛은 아침 저녁 선선한 기운을 순식간에 몰아내 주었다. 라오스 여행 최적의 시기. 두 번의 소풍 이외의 시간, 돈뎃(Don Det)에서의 시간은 매우 시각적인 추억으로 남았다.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
아주 자그마한 섬 돈뎃을 둘러보는 데는 자전거가 최고이다. 바로 이웃한 섬 돈콘(Don Khon)도 마찬가지. 실제로 이곳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와 자전거이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자전거로 섬 구경을 했다.
이곳의 대표적인 구경거리는 폭포와 민물 돌고래인 이라와디(Irrawaddy) 돌고래였다. 우선 자전거를 빌렸다. 그런데 남들보다 늦게 일과를 시작하다 보니 자전거 구하기부터가 수월치 않았다. 다 빌려줬거나 남아 있더라도 상태가 영 별로였다. 몇 집을 돌아다닌 끝에 그나마 괜찮은 것을 빌렸다.
평지를 달리는 여정, 둘러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비포장 길, 페달을 밟을 때마다 자전거가 덜컹였다. 뜨거운 낯 기운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운치를 더했다. 공장이 전혀 없는 시골 풍경은 어디에도 때가 묻지 않았다.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 시야는 가리는 것 없이 탁 트였다. 농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들판에는 이따금 황소가 풀을 뜯고 있었다. 물에서 뛰쳐나오는 새끼 무소의 커다란 눈망울. 거리낌 없는 평화로운 전원의 풍경은 캄보디아나 베트남에서 봤던 것과도 다른 자연의 조화가 느껴지는 장면들이었다.
◆볼거리는 돈콘에서
쉬엄쉬엄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돈뎃 한 바퀴를 돌았다. 어찌나 작은지 1시간도 채 안 걸린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 돈콘으로 향했다.
두 섬을 잇고 있는 것은 옛날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은 다리. 별칭도 ‘옛 프랑스 기차 다리’였다. 150m 길에 폭은 불과 5m. 두 사람이 겨우 부딪히지 않고 지나갈 정도였다. 이를 통해 벌목한 통나무를 폭포까지 옮겼다고 하니 우리나라 역사와 교차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곳에선 이 다리가 돈벌이의 수단이 되고 있었다. 돈콘에 가려면 반드시 건너야 하는 이 다리를 이용하면 1인당 2만킵(kip. 라오스 통화로 US 1$=약 8천킵)을 지불해야 한다. 라오스 국민은 5천킵이었다. 다른 동남아시아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실 인도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 심했다.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가 타지 마할인데, 외국인은 750루피인데 반해 인도인은 달랑 20루피! 엄청난 입장료 차이로 '타지 마할은 외국인 돈으로 유지 보수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시판돈에 도착한 날. 우리는 돈콘에 내렸는데, 돈뎃으로 갈 때에는 따로 돈을 낼 필요가 없었다. 오로지, 돈콘에 들어갈 때만 그렇단 얘기.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입장료에 차이를 두지 않는 우리나라가 착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이 다리를 건너고 나니 식민지 역사의 잔재가 먼저 눈에 띄었다. 녹슨 기관차 1대. 1945년 쓸모가 없어질 때까지 이곳의 물자를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는 유물이었다. 다리의 폭만큼이나 작은 것이 장난감 기관차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초라한 역사의 흔적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로 활용되고 있었다.
◆장엄한 폭포와 민물 돌고래
이보다 더 좋은 볼거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바로 폭포였다. 다리에서 2㎞ 거리에 있는 '리피(Liphi) 폭포'였다. 거친 바위 사위를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흙탕물이 꽤나 장관이었다.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빨려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제법 큰 폭포였다. 이곳 주민들은 폭포의 거센 물살이 나쁜 혼을 가둬서는 흘려보낸다고 믿어 이름을 '영혼의 덫'이라는 '리피'로 지었단다.
이곳에서 다시 수 ㎞를 내려가니 모래 강변이 나왔다. 메콩강 하류에 서식하는 민물 돌고래 '이라와디'를 보러 가는 배가 정박 중인 곳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이라와디 돌고래를 구경하려는 관광객을 실어나르며 벌이를 하는 어부들의 집합 장소였다. 간다고 언제나 돌고래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을 바라는 여행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서비스의 거래소였다. 웬 일인지 이런 일이 당기지 않았던 우리는 주변을 잠시 돌아보고는 이날의 일정을 접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이라와디 돌고래를 언제든 원하면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octo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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