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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Stories

두세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제주도

 두세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라는 제주.

 오늘 아는 동생이랑 점심을 먹고 식당 근처 카페에 갔는데 동생이 아는 사람을 만났다.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는 두 사람.

 제주도가 이런 풍경이 좀 흔하다. 인구 70만명[각주:1]이 안 되는 곳이기에. 게다가 경제생활 중심지가 몇 군데로 정해져 있기도 하고. 같은 분야에서 종사하면 더욱 그렇다.

 이에 더해 제주도는 정말 좁은 동네로 다들 알고 있다. 제주 사람들끼리 '어디 출신이냐?'고 물은 뒤 '누구 아느냐?'고 하면 십중육칠 이상은 '안다'고 답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제주에선 나쁜짓 하고 못 다닌다'고도 한다. 이게 서로 편할 때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에겐 답답하게 다가오는 경우도 많다.

 생각해 보면, 꼭 제주도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대구에서도 대여섯 단계 거치면 다들 아는 사이라고 했던 것 같고.

'세상 좁다'란 말은 직접 격어보기도 했다. 2002년 6월인가, 미국 뉴헤이븐New Haven 주 어느 촌구석에서 일이다. 내가 지내던 스토우Stowe라는 촌동네에서 얼마간 같이 지냈던 친구(1)를 데려다 준 적이 있다. 국제인턴십 프로그램을 끝낸 친구(2)가 아는 사람이랑 귀국 전 같이 여행을 같이 다니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2)가 일하던 리조트까지 간 거였는데, 여기서 뜻밖의 인물과 마주쳤다. 친구(2)의 동료가 하필이면 친구(1)의 고교 선배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상에 하고 많은 곳에서, 미국 동부의 스키타운의 어느 리조트에서 이런 조우를 한 거다.

 순간 얼굴이 굳어진 친구(1), 표정에 전혀 변화 없던 그 동료, 이를 지켜보는 나와 친구(2).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우린 '세상이 좁다'는 걸 아주 생생하게 체험했다. 언제 떠올려도 재미있기도 한 일이다.

  1. 올해 2월말 통계로는 69만명. http://www.jeju.go.kr/open/stats/list/population.htm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