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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Things in India

"불, 불이야!"

"불, 불이야!"

욕실 바닥에서 올라 오는 하얀 연기, 콘센트에서 튀는 전기...
상황은 금방이라도 큰 화재로 번질 상황.

후다닥 1층 로비로 뛰어간 리아는 어떤 설명도 없이 무조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호텔 직원 3명이 허겁지겁 뛰어 올라왔고, 그 중 한 명이 전선을 떼 내고서야 상황이 겨우 정리됐다.
그러나, 전선이 탄 고약한 내는 한참을 방 안에서 머물렀다.

오토릭샤를 산다고 만디(Mandi)에 있을 때 발생한 일이다. 문제의 발단은 욕실 안의 순간 온수기가 작동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보통 순간 온수기를 이용해 물을 데워 샤워를 하는데,
가끔 오래된 숙소에는 이 장치가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돼지꼬리'라고 부르는 코일 온수 장치를 준다.

그런데, 인도에서 2개월이 지나도록 이 장치를 사용한 건 만디에서 머물렀던 호텔에서가 처음이었다.
그것도 플러그가 제대로 연결된 것도 아니라 전선을 그대로 콘센트에 꽂아서 사용해야 하는 낡은 것이었다.
그래도 며칠 간 별 탈 없이 잘 썼는데, 마침 이날 사고가 터진 거다.

- 인도에서는 순간 온수기가 없을 때 이렇게 코일을 이용해 만든 온수 장치(일명 '돼지꼬리')로 물을 데워 사용한다.

 



경위는 이랬다.

이날 저녁 샤워를 해야 하는데 돼지꼬리(나중에 쉼라(Shimala)에서 인도 친구에게 물으니 '롤(roll?)'이라고 부른단다)가 안 되는 거다.
직원에게 물으니 이렇게 저렇게 만지작하더니 "다 됐다"며 1층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내가 이 직원이 전원을 꺼 둔 걸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에 나는 바로 전원을 내렸고, 직후에 이 온수 장치를 물통에서 빼내 변기 뚜껑(플라스틱제)에 올렸다.

그러자 돼지꼬리에서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다. 불꽃도 튀었다. 플라스틱이 타는 냄새까지.
전선을 뽑아야겠는데 물이 젖은 욕실에서 이는 자살행위에 가까운 일.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상태는 점점 심해진 거다.

직원의 용감한(?) 기지로 인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막았기에 다행.

상황이 종료되고 호텔 주인과 이런저런 대화도 하고 친해지는 계기도 됐고,
지금은 얘기하면 웃음만 나오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낯선 환경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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