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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Things in India

맥간에서 소포 보내기

(다른 카페에 와서 시도하니까 사진이 올라 가네요. 되는대로 몇 장 올립니다.)

(사진 업로드가 안 되네요. 몇 번이나 시도해 봤는데, 페이스북도 안 되고, 윈도즈7 때문인가? 안 되는 게 왜 이리 많지? ㅠ.ㅠ)

  대한민국의 우편 체계는 세계 최고라도 할 정도로 편의성이나 속달성 측면에서 뛰어나다. 서비스 또한 최고! 적어도 내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그렇다.

맥클로드 간즈 우체국 외부 전경. 오른쪽 아래 보이는 것이 우체통. 법정 스님이 인도를 방문한 20여년 전에는 드럼통으로 돼 있었다고.


  입사 동기가 직장 때려치우고 먼 길 떠난다고 친구들이 전별금(!)을 손에 쥐어 주었다. 개인당은 그렇게 큰 돈이 아니었지만 티끌 모아 태산 아니던가. 특히 인도에서 1달러는 45루피 이상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동안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고마운 친구들을 생각해서 일기장으로 쓸 수 있는 수첩을 사서 보내기로 했다. 헌 종이를 이용해 아름답게 만들어낸, 작품 수준의 수첩이다.
  그런데, 아 그런데,
소포 하나 보내기가 이렇게 복잡할 줄이야! 지금부터 인도 맥간에서 소포 보내는 전 과정을 공개하기로 한다.

소포 수요는 많은 편이다.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부치는 것도 많기에. 벽에 EMS에 대한 설명이 돼 있다.


1. 포장
  먼저, 소포를 보내려면 포장이 필수! 한국처럼 인도에서도 EMS 시스템이 있지만, 이게 아니라면 발송인이 직접 포장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신문지나 포장지로 되는대로 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인도에서는 소포 운송 과정에서 내용물이 분실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카페 '인도방랑기'에도 보면 피해를 본 사례가 종종 올라온다. 이는 본인도 직접 겪은 일이다.

  지난 달에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리아가 영국인 강사 친구를 위해서 독특한 귀걸이를 사서 동봉했다. 얼마 후 친구가 문자를 보냈는데, 편지는 왔자만 안에 귀걸이가 없다는 거다. 우체국 직원이 스테이플까지 꽉 찍어서 접수하는 것을 직접 봤는데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호주의 올케한테 보낸 우편물에는 귀걸이보다 더 크고 비싼, 목걸이를 동봉했지만 별 탈 없이 도착했다는 점. 인도에서 소포 보내기란 '복불복'인가 싶더라. 휴.

  각설하고,
맥간에서 소포 포장은 천을 이용해서 재봉질을 한다. 티베트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할 수 있는데, 크기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2회 이용한 결과 16절지 정도 크기가 30루피, 사진에 보이는 소포 크기가 40루피. 하지만, 보시다시피 보안을 철저하게 한다. 서양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씩 보듯이 촘촘이 재봉질을 해서는 촛농을 녹여서 인장까지 한다. 이 정도면 절대로 포장을 뜯어서 물건을 슬쩍 할 생각은 나지 않을 것 같다.

  한 가지 더 있다. 포장을 하더라도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그맣게 구멍을 뚫는다는 거다. 지름 1cm 정도 크기. 뭐지? 밑에 적은 대로 통관 신고서에 서약까지 했는데, 전혀 믿을 수가 없다는 건가?

전체 면을 돌아가며 붉은색 촛농으로 인장을 찍어 놨다. 위에 올려놓은 것이 통관신고서.



2. 통관 신고
  이것 때문에 소포 발송에 시간이 더 걸렸다. 직원 말로는 2kg 이상의 물건을 보낼 때는 통관신고 절차가 필요하단다. 거기에 여권 사본 2매까지 첨부해야 하고. 그런데 복사는 발송인이 직접 해야 한다. 맥간 우체국이 작아서 그런지 복사기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복사는 여권 사진 부분이랑 인도 비자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복사 요금은 1회당 1루피. 2매를 하니까 3루피가 나왔다.

  (다시 살짝 새는 이야기지만, 복사를 한 곳이 이곳에서는 제법 크게 하는 곳. 인터넷과 전화까지 겸해서 영업을 하는 곳인데, 느낌이 너무 사무적이다. 보통 다른 티베트 가게는 들어서면 '타시 델레'라며 인사를 하는데 여기는 영... 전혀 무표정하게 여권 받고 복사하고 돈 받고 거스름돈 내주고... 그리고는 끝! 이런 종류의 영업점에서는 다들 이런 모양이다. 어딜 가나!)

  그리고 통관 신고서(Customs Declaration)가 있는데, 나는 우체국에서 받았는데, 오늘 찾은 서양인은 복사집에서 사야 했다. '우체국에서 여기로 가라고 했다'면서... 내가 운이 좋았던 걸까?
  하여튼, 이 서류는 한국 우체국에서 의무적으로 작성하는 부분이다. 내용물이 무엇인지, 전체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인은 여기에 작성한 내용이 사실과 틀림이 없음을 서약합니다'는 내용으로 서명까지.

3. 항공? 아니면 선편?
  마지막으로는 발송 방법인데, 내용물이 무게가 좀 되는데다, 긴급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선편으로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한국으로 선편을 보낼 수가 없다'는 거다. 왜? '나도 모르겠다'. 헐... 아무리 시골 우체국이라고 하지만, 선편 발송이 안 된다니! 눈물을 머금고 항공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맥간 우체국 내부. 왼쪽에 안경 낀 아저씨가 소포 및 우편환 등 업무 취급. 오른쪽 뒤편에 빵모자 쓴 아저씨는 집배원 아찌.



4. 요금
  이제 접수가 끝났으니 요금을 지불해야지. 무게가 2.67kg에 847루피가 나왔다. 847루피면 우리 돈으로 2만3천여원. 우리나라에 비해서도 그렇게 적은 돈은 아니다. 역시 우편 요금은 세계 어딜 가나 싼 것이 아니다. 선편으로 가능했다면 훨씬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