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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Things in India

다람살라(Dharamsala)의 티베트 병원

  티베트 델레 병원(the Tibetan Delek Hospital)은 맥간 광장에서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건강한 상태에서라면 몰라도, 병원을 찾을 목적으로 가는 환자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거리. 그렇다고 오토릭샤를 타고 가기도 여의치 않다. 경사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택시를 타야 하는데, 가격은 70루피, 정가제라면 정가제로 운영된다. 세단형이든 미니봉고형이든 상관 없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을 모아서 가기도 한다. 돈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주 티베트 도서관(Tibetan Library of Writings and Arts, TLWA)에 갔다가 오는 길에도 한 외국애랑 합승을 했다.

  어쨌든 그 날 약 처방을 받는다고 건성으로 봤던 병원을 오늘 제대로 보게 됐다. 우선, 병원 자체는 이탈리아 정부가 조성한 기금으로 지어졌다. 2000년에 완공이 된 것으로 안내 동판에 적혀 있다. 티베트인들은 이런 식으로 외국에서 조성된 기금으로 건물을 짓거나 단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망명 정부의 처지인만큼 재정적 기반이 그렇게 탄탄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는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도 한몫을 한다.

'티베탄 델레 병원 확장 사업안, 이탈리아 정부 기금, 산라파엘 aispo(?) 실행. 이 병원은 베네데토 아마리 대사가 2000년 10월 24일 개관식에 참석'이란 뜻.



  델레 병원에도 보면 외국인 의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달에 만난 덴마크 간호사도 자원봉사로 찾아온 경우. 의료진 외에도 영어나 프랑스어, 사진 등 각종 지식을 가르치는 몫도 외국인 자원봉사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위의 사진이 아마 완공식 때 주인도 이탈리아 대사와 달라이 라마가 아닐까 싶다. 밑은 병원 활동 실적 사진.



  다시, 병원 얘기로 돌아가서, 일단 진료체계를 한 번 보자.
  우선 접수를 한다. 일반 외래 환자의 경우 10루피(300원 정도)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진료 차례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내 접수 번호는 36번이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도저히 차례가 올 것 같지 않아 접수부에 물어 보니 '더 기다려 보든지 윗층에 올라가서 다른 의사를 찾아 보라고' 했다. 올라가서 의사 진료/대기/휴게실에 가니 티베트인 의사 한 명(이전에 약 처방을 해주었던 사람이다)이 진료를 하고 있다. 나머지는 인턴처럼 보이는 외국인들이 서너명 앉아 있었다. 다행이 한국 태생 인턴 덕분에 재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일단 검진을 하고 난 뒤 테스트를 하고 링거액을 맞았다. 한국 종합병원에서처럼 각 과정마다 돈을 내고 영수증을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는 점심 시간이 온 관계로 1시간 정도는 그냥 침대에 누워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검사 결과가 나오고 이에 맞게 처방을 받고, 약을 타고, (이곳에선 접수처와 수납부를 같이 보고 있다) 다시 돈을 내고서야 지루한 검진이 끝!

접수와 계산 및 수약의 다기능 사무소



  큰 병원은 우리나라나 이곳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오는 사람들도 많다'라는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이날 쓴 병원비는 접수비 10, 검사비 50, 링거액 등 150, 약값 168. 모두 해서 378루피, 우리 돈으로 치면 약 1만여원. 한국이나 서구에 비해서는 턱없이 싼 금액이지만, 아무 기반도 없이 중국 내 티베트 자치구에서 피난 와서 빈털터리가 많은 티베트인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앞에 말한 안타까운 경우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곳에선 한국인 인턴처럼 도움의 손길이 더욱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환자 중에는 승려들도 많다. 한 승려가 월드컵 재방송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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