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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Indochina Articles

7. 프놈펜에서의 색다른 경험 프놈펜 여정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무엇보다 한국인들과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 그랬다. 사실 여행 도중 한국인들을 거의 만나질 못했다. 굳이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여행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한국식으로 놀자니 기분이 색달랐다. ◆프놈펜, 한국인의 소굴 ‘소굴(巢窟)’이라고 하니 좀 부정적으로 들리는데, 사실 프놈펜에서 묵었던 한국인 썬(배낭여행자 사이트 ‘태사랑’의 별명이자 문신 가게 이름)의 집이 꼭 그랬다. 평소 따르는 두 동생 ‘푸른 향기’, ‘프놈펜 난민’이 출퇴근하듯이 들락날락하는 곳이기에 그렇다. 또, 나처럼 태사랑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잠자리를 청하는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해서이다. 집이 위치한 벙깍 호수변 ‘레이크 사이드(Lakeside)’ 골목도 재개발을 앞둔 시한부 생명.. 더보기
6. 죽음의 역사, 그 현장들 영화 ‘킬링 필드(Killing Fields)’를 다시 봤다. 공산 치하 캄보디아에서 자행된 학살의 흔적을 둘러본 뒤라 모든 장면 하나 하나가 새롭게 다가왔다. 캄보디아 어디를 가나 남아있는 ‘크메르 루주(Khmer Rouge)’ 잔혹 정치의 잔재들. 약 30년 전의 영화 속 장면은 과거 속의 일만이 아니었다. ◆임자 없는 백구의 무덤 프놈 삼빠우(Phnom Sampeau). 바탐방(Battambang)에서 툭툭(오토바이 택시)을 타고 1시간 남짓 달리면 나오는 이곳에 ‘킬링 케이브(Killing Caves)’가 있다. ‘죽음의 동굴’이란 이름만으로 어떤 곳인지 쉽게 감이 오는 곳이다. 동굴을 찾아 산길을 올랐다. 이미 햇살이 기울기 시작하는 시점. 그늘이 드리운 동굴 입구에서 왠지 모르게 스산한 기운이.. 더보기
5. 다시 오른 유랑 길 오랜 만에 짐을 쌌다. 씨엠립에서 짐을 푼 지 2주. 다른 여행자들에 비해 꽤 긴 시간을 머물렀다. 다양한 사람- 걔 중엔 지뢰 제거 전문회사 대표로 있는 한국계 미국인도 있었다 -을 만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젠 캄보디아의 다른 면모를 들여다볼 차례였다. ◆길 나서니 고생길 다음 목적지는 캄보디아 제 2의 도시 바탐방(Battambang). 버스길과 뱃길이 있는데 우리는 폐리 여행의 낭만을 느껴 보겠다고 일부러 후자를 택했다. 그러나 그 여정은 ‘로맨틱’하고는 거리가 있었다. 문제는 숙소를 떠날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전날 밤 계산하면서 신청한 샌드위치를 직원이 깜빡 한 것이다. 이를 준비하는 새 픽업 버스가 왔는데, 우물쭈물하는 사이 가 버렸다. ‘걱정 말라’는 숙소에서는 대신 툭툭을 마련해 .. 더보기
4. 물의 나라 캄보디아 비가 참 많이도 왔다. 씨엠립 공항 활주로도 전날 밤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씨엠립에서 머문 2주간 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렸다. 느지막히 눈을 뜨면 창 밖에서 비가 오는 소리에 다시 눈을 감기를 계속, 우리의 씨엠립 생활은 마냥 길어지기만 했다. 우기의 끝자락이라 그런 건지 비 때문에 생긴 이 동네만의 독특한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난리에도 행복 충만 밤새 장대비가 내린 다음날, 자전거를 타고 마실 나들이에 나섰다. 해는 이미 중천에서 기울기 시작한 시점. 동남아시아 최대의 담수호인 톤레삽(Tonle Sap)을 향해 남쪽으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20분쯤 달리자 씨엠립 강 주변으로 재밌는 풍경이 펼쳐졌다. 며칠간 꾸준히 내린 비로 강이 범람해 사방이 온통 물바.. 더보기
3. 신들의 도시를 거닐다 캄보디아의 상징은 뭐니 뭐니 해도 앙코르 와트의 도시. ‘신들의 도시’로 불리는 이 유적을 보기 위해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씨엠립을 찾는다. 국민총생산(GNP)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말도 있는 걸 보면 캄보디아 자체가 ‘앙코르 와트의 나라’라고 할 만하다. ◆크메르 유적의 보고 거의 매일 내리는 비 때문에 며칠을 벼르고서야 찾은 앙코르 와트는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종교 건축물’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신들의 정원’이라는 별칭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와트(크메르어로 ‘절’이라는 뜻) 주변의 해자 뒤로 솟아오른 5개의 석탑을 비롯한 건물은 전자에 해당하는 부분.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수백년 세월의 흔적을 담은 사원 안을 걷는 것 자체가 더 맘에 들었다. 앙코.. 더보기
2. 인도차이나 반도 2010년 10월 11일 오후 5시 코치(Kochi) 국제공항. 에어아시아 204호기가 이륙 준비를 했다. 리아와 나는 정든 곳을 떠나는 아쉬움보다 새로운 세계로 다가서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5개월여의 인도 여행으로 이미 몸도 마음도 떠날 준비가 된 상태였던 모양이다. ◆콸라룸푸르, 짧지만 강한 여운 콸라룸푸르는 캄보디아 가는 길에 들른 경유지였다. 배낭여행족 사이에서는 이미 명성이 자자한, ‘세계 최고의 저가항공사’라는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다 보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아침 비행기 타기 전까지 약 7시간의 짧지 않은 대기 시간. 역시 ‘길 떠나면 고생’이다. 5시간 야밤 나들이를 한 콸라룸푸르는 매우 인상적인 도시였다. 무엇보다 입국 절차가 너무나 간소했다. 무비자 90일! 인도 비자를 받기 위해 서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