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형상이라 그만큼 자연환경이 다채롭다. 한국으로 치면 동해인 동중국해 상에는 섬도 많다. 그 중 최남단에 위치한 푸쿠옥(Phu Quoc)은 베트남 최대의 섬이다. 그래서 한국인 여행자 사이에서 ‘베트남의 제주도’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 실감
실제로 푸쿠옥은 여러모로 제주도와 비교가 된다. (물론, 면적은 574㎢의 푸쿠옥이 7만7천여㎢인 제주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곶자왈’이 ‘제주의 허파’로 불리듯이 푸쿠옥은 섬의 약 90% 이상이 삼림으로 우거져 있다. 이곳은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섬 어디를 가나 고개만 살짝 들면 푸른 녹음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제주도 하면 한라산을 떠올리듯이 푸쿠옥도 ‘99개의 봉우리’가 유명하다. 섬 지형은 추아(Chua)산 603m를 정점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점차 완만해지는 특색을 보인다.
- 스쿠터를 타고 푸쿠옥의 삼림을 다니면 어느새 기분이 상쾌해진다.
섬 이야기를 하는 만큼 해변을 빼 놓을 수 없다. 제주 해변은 이제 외국인 사이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상태. 베트남인 사이에서도 인기 휴양지로 꼽힌다는 푸쿠옥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스쿠터를 타고 다니다 샛길로 들어서면 하얀 모래해변이 펼쳐지곤 했다. 섬 어디를 가나 물속에 뛰어들 수 있을 정도. 특히 섬의 서해안에 위치한 ‘바이 트엉(Bai Truong)’은 남북으로 약 20㎞나 뻗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름 자체가 영어로 ‘롱 비치(Long Beach)’, 즉 ‘긴 해변’이니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 관광시설도 이 해변을 따라 들어서 있었다. 1
모래의 질도 상당히 좋은 편인데, 맨발로 걸을 때마다 뽀득뽀득 소리가 나는 것이 ‘명사오십리(鳴沙五十里)’라고 할 만하다. 이처럼 푸쿠옥 해변은 보존 상태도 매우 좋은 편인데, 2008년 미국의 ABC 방송이 주관한 투표에서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으로 선정됐다는 얘기도 있다.
◆스쿠터 타고 하는 섬 일주
제주도 여행 방식 중 하나는 스쿠터로 하는 일주. 푸쿠옥에서는 이게 하루만에도 가능하다. 우린 이틀에 걸쳐서 섬의 3분의 2 정도를 돌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해변 따라 들어선 마을 구경도 했다. 그러다 오른쪽 길로 살짝 방향을 틀어 보호림 속 비포장도로도 달렸다. 따가운 햇살에 의해 더욱 시원스레 드리워진 그늘, 가슴 가득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달리는 기분이 별천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
그렇게 달리다 개발의 현장도 목격했다. 푸쿠옥은 도로 시설이 열악한 편이었다. 포장도로래야 마을 쪽을 제외하곤 기껏해야 2차로가 대부분. 이마저도 곳곳이 누더기 상태였다. 양방향으로 차 2대가 겨우 지나가는 수준인 경우도 많고, 갓길로 오토바이가 다니니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았다.
그래서인지 섬 곳곳에서 빨간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도로 건설이 한창이었다. 문제는 도로를 내기 위해 삼림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관광 수입을 위해 기반 시설을 확장하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관광객 유인 요소인 자연을 파괴한다는 것은 좀 불합리한 부분. 개발이 한창이라는데 다음에 다시 푸쿠옥을 찾았을 때는 과연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3
◆캄보디아가 더 가까운 섬
푸쿠옥은 위치상으로 베트남보다 캄보디아에 훨씬 더 가깝다. 푸쿠옥으로 가는 페리를 탄 하티엔(Ha Tien)에서 직선 거리가 약 40㎞인데 반해, 섬 북서쪽의 곶에서 캄보디아 섬까지는 불과 4㎞ 떨어져 있을 뿐이다. 실제로 캄보디아인들은 푸쿠옥을 ‘코 트랄(Koh Tral)’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두 나라 사이에 푸쿠옥 영유권을 둘러싸고 논쟁도 끊이지 않았단다. 크메르 루주 집권 시기인 1975년 5월 1일에는 크메르 군 일부 병력이 푸쿠옥을 점유했다가 베트남군에 의해 이내 퇴각한 사건도 있었다. 4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참고하면 프랑스 식민지 시절 푸쿠옥의 주권에 대해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랬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 뉴스가 됐던 태국군과 캄보디아군과의 교전도 과거 영토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 것을 보면 씁쓸한 구석이 없잖다.
- 물 건너편이 캄보디아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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