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 '독투불패'에서 '제주불패' 안에 올렸던 글)
근 한 달 간 제주불패 글짝이 전혀 차질 않고 있는데,
이번에 마라도 갔다 온 김에 좀 적어 보고자 한다.
모슬포항에서 오후 4시 배를 타고 마라도에 도착하면 빠져나올 길이 없다.
배를 훔쳐 몰지 않는 이상은 박태환이가 와도 살아서 나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거기에서부터 마라도 1박의 매력이 시작한다.
마라도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배편, 16시 30분 여객선이 항을 떠나면 마라도는 순식간에 적막이 시작된다.
태양이 두 개 뜬 듯한 강렬한 햇살은 여전히 세를 과시하고는 있지만, 이는 드라마 속의 한 장면 같을 뿐, 들리는 것이라곤 파도와 바람 소리 뿐이다.
해가 서쪽 바다 너머로 길을 재촉하면 길게 여운을 남기는 푸른 빛도,
밤의 장막에 얼굴을 숨겨야만 한다.
그리고 바다는 하루를 품었던 빨간 손수건을 내어 놓는다.
남은 건 여전히 차가운 밤 기운과 찬바람으로부터 나를 지켜 줄 텐트 뿐.
밤하늘의 달과 별만이 긴긴 밤을 달래주는 벗이 될 뿐이고,
아침을 맞이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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