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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

DE] 전철 표 검사원

 독일의 전철 운영 체계는 한국과 다르다.

 간단히 말하면, 개찰구라는 개념이 없다. 굳이 얘기하자면 '셀프'라고 할까?

 극히 일부분의 역을 제외하고는 자동 매표기만이 승객을 맞이한다. 정기권을 사용하는 거주민들을 제외한 여행객들의 경우 이 자동 매표기를 통해 표를 사야 한다. 하지만, 개찰구가 없다. 그냥 승강장까지 쑥 들어가면 되는 구조로 돼 있다. 일부러 몸을 숙여 개찰기 밑을 기어 가거나, 두 손을 대고 훌쩍 뛰어넘을 필요 자체가 없다.

 쉬운 만큼 무임승차는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구조라 하겠다.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한국인들이 이렇게 무임승차를 하다 걸려서 몇 십배의 벌금을 문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이다.

 이런 무임승차자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표 검사원이다. 눈에 띄는 제복을 입은 채 칸과 칸을 돌아다니며 승객들에게 표를 보여 줄 것을 요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검은색 바지에 하얀색 반팔 셔츠 유니폼을 차려 입은 표 검사원이 승객의 표를 검사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 비단 한국 배낭여행객만은 아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내는 동안 다양한 인종의 승객이 표 없이 전철을 탔다 검사원에게 단속되는 상황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스투트가르트에 살고 있던 친구의 말을 들어봐도 그렇다.


"(고등/대)학교 다니던 시절, 표 없이 전철을 타고 다니다 검사원에 걸리면 (경품에 당첨된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의 전철 요금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2014년 기준 기본 2km까지 요금이 성인 기준 1,60유로, 즉 2,360원 정도가 된다. (서울의 경우 기본 10km까지 1,050원[각주:1]을 부과하고 있다.) 하루 동안 무제한 이용 가능한 1일권의 경우 6,60유로(약 9,735원)이고, 1주일권(24.40유로), 1개월권(83유로) 등 다양한 형태의 정기권이 판매(프랑크푸르트 VGF 요금 일람표)되고 있다.

 그러나, 30대 이상이나 직장인 등 평범한 독일인의 경우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를 잘 안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학생들의 경우, 대폭 할인된 가격이 적용되는 만큼 무임승차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사례가 매우 적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긴 하다. (일반 정기권의 경우에는 평일 저녁과 휴일에 동반 2인인가 3인까지 무료로 탈 수 있는 혜택이 적용된다.)

 어쨌든, 독일 사회 자체가 워낙 다인종, 다국가 사람이 섞여 사는 곳이다 보니, 우리가 고정관념처럼 갖고 있는 '독일인들은 준법 정신이 투철하다'는 생각이 반드시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된 첫 번째 사례였던 것 같다.

  1. http://www.tago.go.kr/subway/seoulFareInfo.jsp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