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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cambodia

온수도, 전기도 없이...

5일부터 8일까지 캄보디아의 남단의 켑(Kep) 너머에 있는 '토끼섬'을 다녀 왔다.

크메르어로 '꼬 뚠사이(Koh Tunsay)'라고 하는 곳으로,
론리플래닛(LP) 설명에 따르자면 이곳 주민들이 섬이 토끼 닮았다고 그렇게 이름 지었단다.
섬에 토끼가 많다거나 하는 그런 건 전혀 아니라는 말씀!

토끼섬까지는 껩 선착장에서 조그만 모터 달린 배를 타고 20분쯤 가면 닿는 곳이다.
섬 일주하는데 2~3시간이면 될 정도의 규모.

어쨌거나,
토끼섬은 안식처로 인기 있는 곳이다.
여기서 '안식'이라 하면 말 그대로 '맘 놓고 푹 쉰다'는 의미이다.

이는 토끼섬에 한 번 가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혹은 강제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왠고 하니,

먼저 숙소인 방갈로에 기본적인 시설밖에 없다.
목조 구조물에 야자수(?) 잎을 엮어 얹었는데,
방 안엔 침대 하나만 덜렁 있다.
화장실에는 변기와 물을 받아 놓는 수조가 있다.
샤워기가 달려 있긴 하지만, 뜨거운 물은 나오지 않는다.
건물 자체를 올려 세워 생긴 아래 공간에서는 가끔씩 닭들이 모이를 쫀다.
개들이 웅크리고 잠자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밤 10시쯤 되면 모든 전기가 나간다.
그러면 말 그대로 사방이 암흑천지가 된다.
전기 공급원이 없이 발전기를 돌려 전기 공급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LP엔 이런 내용 없이 간단한 것만 언급이 돼 있어서
첫날 밤 씻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이 나가다 보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다행이 플래시를 금방 찾을 수 있었고,
먼저 방을 쓴 누군가가 남기고 간 초가 있어 큰 도움이 됐다.
그래도 맑은 날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을 구경하는 재미는 있다.


LP 설명대로라면 껩에는 2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은 어업을 하지 않으면 숙소/식당을 운영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정확하게 세어보진 않았지만 대략 7 내지 8가구가 숙식업을 하는 것 같다.
방갈로는 대부분 비슷한 것 같은데
식당은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묵었던 Srey Ngin은 뭐랄까 '좀 아닌 것 같다' 수준.
서빙하는 딸내미(진짜 딸일 게다) 표정이 '영 아니올씨다' 할 정도로 불만 가득한 표정이다.
영어도 거의 초보 레벨.
메뉴도 가장 적은 것 같고, 맛도 그닥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LP 추천 업소 중 하나인 Yeay Meng은 좀 나은 느낌.
서빙하는 언니가 아주 잘하지는 않지만 영어 실력이 괜찮은 데다 친절하기도 하다.
음식도 맛있었던 기억이고.

이건 어쩌면 토끼섬의 현실이라고 보면 되겠는데,
여행을 자주 다니는 한 영국인 노부부는
"토끼섬의 관광업 상태는 태국보다 40년 뒤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휴양지로 어느 정도 이름나 있는 껩조차도 아직 저개발 단계인지라
이제 곳곳에 개발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토끼섬이 개발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끼섬을 찾는 여행객들은 이런 과거의 상태를 더 즐기는 것 같다.
따로 할 것 없이 아주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 되는 상황 말이다.

일광욕 하며 책 읽다
조금 덥다 싶으면 바다에 뛰어들고,
시원한 맥주나 차 한 잔 하면서 시간 보내는
그런 신선놀음이 가능한 조건.

리아도 이런 매력에 푹 빠져 "10년 후의 토끼섬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기사 송고 때문에 일찍 나오기 했지만,
토끼섬에선 며칠이고 머물러도 상관 없을 것 같다.
복잡한 현실은 모두 잊어버린 채 그렇게 토끼섬의 매력에 푹 젖어들어서...


*8일 토끼섬에서 나오는데 구름이 잔뜩 낀 채 바람이 좀 불었다. 왠지 불안하다 싶었는데, 역시...
섬에서 멀어질수록 파도가 더 세지더니 결국 배 안의 우리를 강타하는 거다.
'철썩' 하던 파도가 '철퍽'하면서 얼굴을 때리더라는...
부두에 도착할 때쯤엔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는데,
물놀이공원에서 기구를 하나 탄 기분이 들었다.

**부두에서 뚝뚝을 타고 지금 숙소까지 왔는데,
출발 전 얼마인지 흥정 않고 왔더니 4달러를 달란다.
지난 번 숙소에서 부두까지 거리의 반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3달러도 많은데...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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