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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he World/laos

라오스 경찰과 또 한번의 악연

 2013년 8월 29일.

 라오스 수도 위엔짱(Vientianne).

 기본(Gibbon) 원숭이를 보러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

 짐을 대충 꾸리고는 스쿠터를 반납하러 나섰다.

 바로 10m 거리에 있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려 했다.

 한 켠으로는 살구색 제복을 입은 까무잡잡한 라오스 경찰 여러 명이 그늘 아래 모여 있었다.

 잠시 긴장이 되는 순간, 한 젊은 경관이 손짓으로 '내리라'는 신호를 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러지?'

 라는 의문과 함께 3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 3년 만의 악몽 재현

 라오스 남부 팍세(Pakse)라는 곳 구경을 다닐 때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74번 글(링크)을 읽으면 되겠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낯선 도시에서 스쿠터를 타고 다니다 신호 위반으로 두 번이나 경찰에 걸려 벌금(이라 쓰고 뇌물[각주:1]이라 읽는다)을 물었다는 내용이다.


 이번엔 대체 무엇이었을까? 스쿠터를 빌린 곳은 우회전 하고 바로 20m 거리에 있는 가게. 헬멧도 쓴 상황이었다. 걸래야 걸 수가 없는 것, 같, 은, 데...

 유일하게 챙기지 않은 것이 있었다.

 내가 달린 길은 바로 일방통행[각주:2]! 그 생각을 못하고는 역주행을 해버린 것이다!! 사흘 간 다니면서 그 도로가 일방통행일 줄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던 터였다.


"몰랐다", "오늘 가는데 한 번 봐 달라"고 말은 해봤지만, 뭔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경찰이 한 명도 아니고 예닐곱 명인가 됐으니까 말이다. 표정부터가 '절대로 봐줄 수 없다'(오늘 건수 올려야지!)였다.

 나를 불러세운 경찰은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더 바랄 것도 없었던 나는 바지주머니를 뒤졌다. 그런데, 영수증이 나오질 않았다. 스쿠터 이곳저곳을 살펴도 마찬가지였다. 난감한 상황, 경찰에게 말하고는 인근의 숙소로 되돌아갔다.

 짐을 뒤졌다. 가방도 뒤졌다. 방에 있는 비닐봉지를 다 뒤졌다. 없었다!


'아, 씨바, 좋게 됐다'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했다. 그렇게 수선을 피워도 나오지 않던 영수증은 친구 손에서 나왔다. 하루 전 기억나지 않는 순간에 넘겨줬던 모양이다. 어쨌든 숙소 체크아웃 하기 전 대기 중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3년 전 경험이 그나마 도움이 됐다. 여행 도중 쓰기 위해 현금을 좀 갖고 있었던 나는, 방을 나서기 전 지갑에 딱 10만킵(약 1만3천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빼버렸다. 이제는 경찰과 협상만 남았다.

 근데 협상 시작할 때 뜻밖의 변수가 있었다. 경찰이 "벌금은 15만킵(약 2만원)이고, 경찰서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엥? 이건 뭐지??' 하는 의문이 절로 드는 상황이었다.


◆ 경찰과의 기묘한 협상

"조금 있다 공항으로 가야 해서 시간이 없다. 가능하면 여기서 해결하자."

"그래? 좋다. 잠깐만 기다려 봐라."


 경찰은 자기네 무리로 가더니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과 얼마간 상의를 하고는 돌아왔다.


"얼마 주면 되냐?"

"10만킵."

"알았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10만킵 밖에 없다."

(잠시 경찰이 머뭇하더니 답을 했다.)

"그렇다면 5만킵만 내라."

"고맙다."


 뭐 대충 이런 동네임은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뼈에 배길 정도로 깨달았다. 문제를 해결하고는 스쿠터를 돌려 일방통행을 따라 가려 했다. 그러자 경찰은 다시 손짓(!!)으로 그냥 가라는 시늉을 했다. 웃음 한 번 지어주고 손을 들어 보이고는 스쿠터를 반납하러 갔다.

 불과 30m 거리를 가는 동안에, 라오스의 현실을 다시 한 번 겪은 하루.

 여행 전문가가 되기엔 여전히 나의 동물적 본능은 뭔가 부족했다.

  1. 라오스 생활수준으로는 꽤 많은 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본문으로]
  2. 도로가 좁은 위엔짱에는 일방통행로가 정말 많다. 자칫하다간 역주행하기 일쑤 [본문으로]